교착 상태에 빠진 이라크 새 정부 구성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콘돌리사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과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이 2일 바그다드를 전격 방문했다.
예정에 없었던 이번 방문에서 미ㆍ영 외무장관은 최근 이라크 내에서 거센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이브라힘 알 자파리 총리의 거취를 논의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수니파 쿠르드족 뿐 아니라 이라크 정계를 주도하는 시아파 정당 연합인 통합이라크연맹(UIA) 내부에서조차 자파리 총리의 퇴진 요구가 점차 거세지고 있다. UIA 내 최대 정파인 이라크 이슬람 혁명 최고위원회의(SCIRI)도 이날 자파리 총리 반대 움직임에 가세했다.
라이스 장관과 스트로 장관은 자파리 총리, 잘랄 탈라바니 대통령, 아딜 압둘 마흐디 부통령 등 정치 지도자들과 면담을 갖고 정부 구성 협상을 조속히 마무리할 것을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이라크 방문에 동행한 기자들에게 “총리 후보는 이라크인들이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으나 “이라크의 국가적 통합을 위한 정부 구성이 절박하다”며 자파리 총리에 대한 불신을 간접적으로 표시했다.
2월 자파리 총리를 지명했던 UIA는 수니파 쿠르드족과의 연정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함에 따라 총리 지명을 철회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UIA의 7개 정파 중 4곳은 1일 자파리 총리가 며칠 내에 수니파, 쿠르드족과 연정 구성에 실패할 경우 총리 지명을 철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SCIRI의 잘랄 알 딘 알 사그히르는 “총리는 각 정파의 합의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며 “자파리 총리가 퇴진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당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총선 실시 이후 수니파와 쿠르드족이 자파리 총리의 연임에 반대하며 UIA가 주도하는 연정 참여를 거부, 4개월이 지나도록 이라크의 새 정부는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이라크에서 새 정부 출범이 차질을 빚어 정치 공백이 지속될 경우 종파간 내전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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