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원인무효 되면 과세를 못한다’는 이주성 국세청장의 지난 달 31일 발언을 놓고 말들이 많다.
원인무효란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아예 ‘없던 일’이 되면서,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을 차익 한푼 없이 모두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이다.
4조5,000억원에 달할 론스타의 초대형 대박에 결코 속이 편할 수 없는 국민들 입장에서는 가슴을 후련하게 해주는, 통쾌한 일이 되겠지만 한국에 와 있거나 올 준비를 하고 있는 외국자본 입장에서는 가슴 섬뜩한, 세계적인 빅뉴스가 아닐 수가 없다. 그만큼 몰고 올 파장은 국가 경제적으로 크다는 얘기이다. 정부당국의 그 누구도 공개적으로 입 밖으로 꺼내기가 주저되는 화두이다.
더구나 론스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이제 막 시작한 마당이고, 설사 유죄가 확정돼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를 원인 무효화하는 것은 힘들 거라는 시각이 중론이다. 한화그룹의 대한생명 인수가 인수 과정의 불법성에도 불구하고 원인무효가 안됐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이 청장은 너무 쉽게 말을 꺼냈다. 이 청장은 ‘과세할 대상이 사라지면 과세를 못한다’는 세무 상식을 말했을 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같은 발언 자체로 국내외 반향은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원인무효는 수사가 종결된 뒤에 금융당국이나 법원이 판단할 문제이지, 세정당국과 상관도 없다.
만일 검찰과 감사원이 론스타에 외환은행을 팔았던 정책당국의 판단이 옳았다고 결론을 내린다면, 원인무효를 거론했던 세정당국 최고 책임자의 과세 중립성과 신뢰도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 청장은 “론스타에 대한 과세는 국가적 자존심이 걸린 문제”라고 강조했지만, 론스타 과세나 외환은행 매각 문제는 자존심이나 정서법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다.
경제과학부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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