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나멜은 공업용 도료이지 미술 물감이 아니다. 전통적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에나멜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있다.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 중인 강유진(29)씨. 금호미술관의 영 아티스트로 선정돼 9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그는 커다란 캔버스에 아크릴로 바탕을 칠한 다음 에나멜로 구상적인 이미지를 그리고 그 위에 에나멜을 통째로 붓거나 흘려서 추상을 더한다.
에나멜 특유의 화려하게 반짝이는 금속성 광택, 여러 색의 에나멜이 섞이면서 만들어내는 대리석 무늬 같은 효과, 화폭을 세우거나 기울일 때 에나멜이 흘러내리면서 만들어내는 재미있는 형상 등 그는 에나멜의 물성을 무척 즐기고 있다. 크리스마스 케익을 그린 ‘메리 크리마스’에서 에나멜은 크림처럼 녹아 내리고 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사이’(Between)라는 제목을 붙였다. 구상과 추상, 우연과 의도, 뜨거움과 차가움, 불편함과 안락함 등 대립적인 요소들의 조화를 꾀했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02)720-5114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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