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베리안 허스키를 봤을 때 ‘세상에 저렇게 멋진 개가 다 있구나!’ 감탄했다. 늠름함과 호화로움의 앙상블이었다. 크기도 큰 온몸이 윤기 흐르는 긴 털로 풍성하고 탄력 있게 덮여 있었다.
같은 ‘늑대 개’로서 셰퍼드가 근위병이라면 시베리안 허스키는 귀족 같았다. 보호자의 어깨가 으쓱거려질 만했다. 등덜미를 한 번 쓰다듬는데 거의 영광스런 기분이었다. 시베리안 허스키는 생긴 거와는 달리 살갑게 내 손을 핥아 나를 감동시켰으나 아주 잠깐일 뿐이었고, 이내 고고하게 무심한 눈길을 딴 곳으로 옮겼다.
그렇게 내 머리 속에 자리 잡은 최고 개의 위신을 깎는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 애견가들 사이에 ‘허스키 다이어트’라는 말이 회자된다고 한다. 원래 눈밭에서 썰매를 끌던 개라서 그 필요운동량이 굉장한데, 충분히 뜀박질을 시키랴 커다란 덩치의 긴 털을 목욕시키랴, 혼자 그 개를 키우며 그 모든 걸 감당하면 살이 쪽쪽 빠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시베리안 허스키는 훈련이 잘 안 되는 대형견의 대표로 보호자의 속을 푹푹 썩인다나. 훈련이 잘 안 되는 건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야성이 강해서 아닐까? 설원의 개를 서울의 집안에 끌어다 놓고 별말들을 다 한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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