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가 외환은행 매각으로 벌어들일 주식양도차익을 과세하기 위하여 조세협약의 적용 문제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조세협약이란 특정 나라와 '소득에 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 방지를 위한 협약'을 줄여서 부르는 것이다.
탈세 방지의 내용은 별로 없고 주로 이중과세를 회피함으로써 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조세협약은 특정국과의 거래규모나 상호 경제발달 사정을 고려하여 그 나라의 거주자가 상대국으로부터 얻는 소득에 대하여 상대국이 과세하지 않거나 낮게 과세하도록 하는 쌍무협정이며 내용은 상대 나라마다 다를 수 있다.
거주지국의 과세권과 원천지국의 과세권의 배분은 국익에 크게 영향을 미치므로 조세협약의 적용은 특정국과 상대국의 거주자에게 한정하도록 엄격하게 제한된다.
●'조세협약 흔들기' 대표적 사례
이런 이론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벌어가는 소득에 대하여 그 소득의 최종 귀속자가 누구인지, 귀속자의 거주지가 어디인지를 밝히는 것은 정말 매우 어렵다.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화되었고 그들이 가진 자본이나 기술이 세계 도처에 산재하는 환경이 도래하였기 때문이다.
론스타의 경우도 미국의 사모펀드지만 외환은행의 인수자금은 벨기에에 설립한 법인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외환은행 주식양도차익의 최종 귀속자가 불분명하여 미국과의 조세조약을 적용해야 하는지, 벨기에와의 조세조약을 적용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면 국제조세를 규율해왔던 조세협약 체제는 뿌리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경제교류가 크지 않아 비교적 단순하게 조세회피 방법을 정한 벨기에와의 조세협약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대립하는 미국법인이 도둑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협약 흔들기는 국익을 앞세워 공정한 법 적용을 애써 모른 척해온 자본수출국인 강대국과 이들의 비위를 맞춰 외자 유치로 강소국을 지향하는 벨기에와 같은 자본 경유지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미국과의 조세협약을 적용하기 위해 론스타 벨기에 법인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미국이었느냐 하는 점을 밝혀내는 것은 벨기에에 공권력을 행사할 수 없는 우리나라 국세청으로서는 그 수단이 별로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금으로서는 론스타 한국사무소가 론스타 미국본사 또는 론스타 벨기에 법인의 계약체결권을 가진 종속 대리인이었다는 관계를 밝혀내는 것이 보다 현실적인 방법이다.
이 경우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는 사업에서 국내에 고정사업장을 두고 활동하였고 외환은행 주식의 매각차익은 동 고정사업장에 귀속되는 사업소득으로 보아 조세협약에 별 영향을 받지 않고 우리나라가 과세할 수 있다. 지금 대대적이고 광범위한 조사나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그러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자간 협약으로 해결해야
문제는 론스타와 같은 적극적 조세회피 행위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렇다고 론스타의 경우처럼 대대적인 조사를 매번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내법으로 조세회피지역을 지정할 경우 그 지역으로 나가는 소득에 대하여 세금을 국세청에 맡겨 두었다가 거주지국에 대한 소명이 적법한 것으로 판명나면 맡겨둔 세금을 돌려주는 제도를 도입하려고 입법을 준비하고 있다.
거주지 판명의 어려움은 인정하지만 특정나라 전체를 국내법에서 조세회피지역으로 지정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일이다. 또 상대 나라가 협조하지 않는다면 제출된 거주지 판명자료의 진실성도 가늠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거주지 판명의 어려움은 우리나라만의 어려움은 아닐 것이므로 이를 국내법으로 다루기보다는 다자간 협약으로 해결하여야 한다. 이것이 들쑥날쑥한 쌍무협정의 성격을 가지는 기존 조세협약의 썩은 뿌리를 살려내는 것이다. 다만 다자간 협약의 발효 전에는 사안별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최영태ㆍ참여연대 조세개혁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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