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시행착오로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제1야당 민주당. 가장 큰 관심은 거물 정치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ㆍ63) 전 부대표가 민주당 구원 투수로 전면에 나설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총선참패 이후 신세대 정치인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ㆍ43)를 대표로 뽑아 재기를 노렸던 민주당은 어이없는 엉터리 이메일 폭로사건으로 지난달 31일 지도부가 총사퇴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극도의 위기감을 느낀 민주당은 ‘경험과 실력을 갖춘’ 정치인의 등판 필요성을 절감, 오자와 옹립론 혹은 오자와 대망론이 힘을 얻고 있다. 그 동안 몇 번의 기회에도 스스로 나서지 않았던 오자와도 이번엔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일치 단합된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민주당 내에서는 벌써부터 ‘오자와 이치로 대표-간 나오토 간사장 체제’가 유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그가 전면에 등장하기까지는 변수가 많다. 역시 유력한 대표 후보로 꼽히고 있는 간 나오토(管直人ㆍ59) 전 대표가 그 중 하나이다.
오자와에 대해 권모술수에 능한 ‘낡은 정치꾼’이라며 거부감을 보이는 민주당 내 젊은 의원들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오자와는 3일 대표 출마 여부를 정식으로 밝힐 예정이다.
오자와는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을 걸어 온 일본 정계의 막후 실력자이다. 이와테(岩手)현 출신으로 13선 의원(이와테 4구)인 그는 27세의 나이로 중의원 의원에 첫 당선돼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의 총애를 받았다.
가이후 도시키(海部俊樹) 정권(1989년8월~1990년 2월)에선 47세 최연소로 자민당 간사장을 지냈고, 1991년 10월 자민당 총재선거에서는 후보로 강력하게 추천 받기도 했다.
“아직 이르다”며 출마를 고사한 그가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등 3명의 쟁쟁한 총재 후보를 상대로 면접을 보면서 자민당을 좌지우지한 것은 일본에서 유명한 정치 에피소드이다.
‘정치는 권력투쟁’이라고 믿는 그는 정치적 변신의 명수이지만, 자신의 정치 이념과 철학에 관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냉혹한 승부사이기도 하다.
자민당 부정부패 사건이 잇따르자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당을 뛰쳐나간 그는 야당 신생(新生)당을 만들어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연립 정권을 발족시키는 등 발군의 정치수완을 발휘했다.
그러나 또 다른 신당 신진(新進)당과 자유(自由)당을 만들고 해체하는, 혹은 분열시키는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비정한 정치행태는 많은 비판을 받기도 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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