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그룹의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옥이 김재록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정ㆍ관계 로비 의혹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지 주목된다. 검찰이 양재동 사옥 매입 및 확장 과정에서 김씨의 금품 수수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본사인 양재동 사옥은 2000년 정몽구 회장이 동생인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왕자의 난’을 치른 뒤 계동 사옥에서 나와 새롭게 둥지를 튼 곳이다. 원래 농협에서 지은 건물이었지만 농협은 이 건물을 써 보지도 못한 채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이 건물을 내 놨고 현대차는 이를 2,300억원에 매입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농민들 혈세로 비업무용 건물을 지어 갖고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한 것이 농협이 건물을 매각한 배경이란 소문이 돌았고,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까지 나왔으나 사실 관계는 확인이 안 됐다. 현대차는 이후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며 건물 가치가 상승, 상당한 평가이익을 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김씨가 이 건물을 현대차가 매입하는 과정에 개입, 정관ㆍ계 로비를 시도했을 것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당시 이 건물은 아무도 사려는 곳이 없어 6번의 공개 입찰이 모두 유찰된 뒤 결국 현대차에 인수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설득력이 크지 않다.
다른 한편에선 현대차가 인근 농협 하나로마트를 인수, ‘현대ㆍ기아차그룹 타운’을 조성하기 위해 김씨의 힘을 빌렸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은 재계 2위라는 위상에 걸맞지 않게 본사 건물이 비좁은 데다가 지금도 계동 및 역삼동의 ING빌딩과 랜드마크빌딩 등에 여러 계열사가 나뉘어져 있어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인근 부지나 빌딩 등을 매입, 계열사를 한 곳에 모으고 연구ㆍ개발(R&D) 센터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대표를 지낸 인베스투스글로벌에서도 이를 해결할 수 위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해당 빌딩과 부지를 매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던 데다가 그린벨트와 용도변경 등도 문제가 돼 난항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현대ㆍ기아차그룹 타운 조성 프로젝트’는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김씨의 로비 여부 를 입증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지적이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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