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제목에 급히 눈길이 빨려 들어갔다. 몇해 전 받은 이메일이다. <많이 놀라셨는지요? 오늘이 만우절이라 제목으로 거짓말을 했는데, 재미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시작되고 있었다. 많이>
편지는 친절하게도 곧바로 만우절의 기원에 대해 알려 주고 있었다. 재치 있는 장난으로 시작하여, 글 쓰는 이에게 흥미로울 정보나 교양을 제공하려 한 배려가 고마웠다. 오늘 만우절에, 그 고마움을 독자와 나누어 본다.
▦ <16세기 중간까지 프랑스는 4월1일이 새해 첫날이었습니다. 사람들은 파티를 열고 흥겨운 행사를 펼쳤지요. 그런데 1564년 샤를 9세가 새 역법을 채택하며 새해의 시작을 1월1일로 바꿨답니다. 이에 반대하는 많은 사람은 여전히 4월1일을 새해 첫날이라고 생각했지요. 전처럼 4월1일 파티를 하고 신년 축하 메시지를 보냈답니다.
새 역법 찬성자들은 4월1일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놀렸습니다. 4월1일이 되면 가짜 새해 선물을 보낸다든가, 집을 방문한다고 거짓말을 하는 등 장난을 쳤지요. 4월1일에 악의 없는 거짓말을 하거나 골탕먹이는 것은, 프랑스 사람들에게서 비롯된 것이랍니다.>
▦ 편지를 띄운 이는 노동부 공보관이었다. 매일 딱딱한 보도자료만 보내다 보니 안쓰러워 살가운 편지를 보낸 듯하다. 내 담당 분야로부터 많은 보도자료나 주장이 담긴 글이 이메일이나 우편으로 오고, 책으로도 배달된다.
노동부 뿐 아니라 한국ㆍ민주노총에서도 오고, 여성가족부에서도 온다. 요즘은 특히 스크린쿼터를 지키려는 영화인들에게서 다양한 보도자료가 다급한 목소리로 전달되는데, 미국 대사관에서도 자기 주장이 날아온다.
▦ 유일한 예외가 있었다. 이창동 정동채 장관 때의 문화관광부였다. 초기엔 문화 관련 보도자료가 점차 줄더니, 나중엔 완전히 끊겨 버렸다. 그 장관에, 그 공보관이었다. 그들은 본연의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언론 주무부처에서 오히려 직업적 모멸감을 느껴야 했던, 쓸쓸한 기억을 떠올리고 싶지도 않다. 마침내 최근 장관이 바뀌었다. 김명곤 새 장관의 제1성이 "언론과 관계를 개선하고, 문광부 업무를 국민에게 적극 홍보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막힌 봇물이 터진 듯 문광부 이메일이 흘러 들고 있다. 공직자의 다른 모습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