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기 때의 기량을 보는 것 같다”던 ESPN의 저명한 야구 칼럼니스트 피터 개몬스의 보름 전 칭찬도 소용없었다.
박찬호(33ㆍ샌디에이고)가 결국 선발 로테이션에서 탈락해 불펜투수로 밀려났다. 태극마크를 위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발과 마무리를 오가며 무리한 것이 ‘코리안 특급’의 발목을 잡는 모양새가 됐다.
샌디에이고의 홈페이지는 31일(한국시간) “박찬호가 불펜투수로 보직이 변경돼 시즌을 맞게 된다”고 전했다. 샌디에이고는 1선발 제이크 피비를 비롯해 션 에스테스, 크리스 영, 드완 브래즐턴 등 4명으로 이뤄진 선발 로테이션을 확정지었다. 시범경기에서 박찬호가 9.39의 방어율을 기록한 게 뼈아팠다.
WBC에서 방어율 ‘0’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던 박찬호로선 ‘선발 탈락’이 충격적이다. 지난해 시즌 막판 불펜투수로 출전하긴 했지만 선발 로테이션에서 제외돼 시즌 개막을 맞는 것은 사실상의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 96년 이후 꼭 10년 만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106승을 거둔 박찬호는 299차례의 등판 가운데 85%에 해당하는 253경기에 선발로 출전한 전형적인 ‘스타터’다. WBC에서 마무리로 등판하면서도 “나는 원래 선발투수다. 대표팀의 사정상 마무리로 뛰지만 소속팀에선 다를 것”이라며 자존심을 내세웠던 박찬호였다.
자존심에 상처가 난 박찬호는 “실망스럽다. WBC에서 대표팀 소속으로 던지느라 피곤한 상태였고, 게다가 새 포수들에 적응해야만 했다. 불펜투수는 내가 원하는 보직이 아니다. 선발로 빨리 복귀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행히 선발로 복귀할 기회가 남아있긴 하다. 샌디에이고의 브루스 보치 감독은 “(박찬호를 불펜으로 이동시킨) 이번 조치는 매우 일시적인 것”이라고 밝혔다. 4월 중순부터는 샌디에이고가 5선발 체제로 전환하기 때문이다. 보치 감독은 불펜으로 ‘강등’된 박찬호와 우디 윌리엄스 가운데 1명에게 ‘선발 복귀 기회’를 줄 것으로 보인다.
박찬호가 불펜으로 이동함에 따라 선발투수로 시즌 개막을 맞는 한국인 투수는 서재응(LA 다저스) 1명으로 줄었다. 콜로라도의 김병현과 김선우는 나란히 오른쪽 허벅지 부상 때문에 당분간 선발진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2006시즌 메이저리그는 3일 지난해 월드시리즈 챔피언인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클리블랜드의 경기를 시작으로 팀당 162경기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한준규 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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