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 가전 시장의 거인 일렉트로룩스, 대형 트럭의 대명사 스카니아, 항공 및 방위산업의 강자 사브….
세계적 명성의 이들 기업을 이끄는 것은 스웨덴의 발렌베리가(家)이다. 14개 자회사가 스웨덴 국내 총생산의 30%를 차지하고 있으니, 발렌베리가를 빼고는 스웨덴 경제를 이야기할 수 없다. 파이낸셜타임스가 발렌베리가를 유럽 최대의 산업왕국으로 표현한 것도 그 때문이다.
‘발렌베리가의 신화’는 150년 동안 5대에 걸친 세습경영을 하고도 비판은커녕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발렌베리가의 비결을 탐색한다.
책이 밝히는 비결은 투명 경영과 사회 공헌이라는, 단순하고도 당연한 것이다. 후계자와 전문 경영인의 관계는 동등한 파트너이다. 개별 기업은 독립적으로 경영되며 순환출자도 없다. 5세를 승계하면서도 잡음이 없었으며 후계자들 역시 스스로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편법 상속이 없으며 노조를 경영파트너로 인정한다.
스웨덴의 다른 재벌이 무거운 세금을 피해 스위스 등 외국으로 빠져나가는 동안, 발렌베리가는 노벨재단보다 더 큰 규모의 공익재단을 만들었다. 재단이 발렌베리 왕국의 실질적인 주인처럼 보일 정도다. 발렌베리가의 지주회사인 인베스터의 지분 21.4%를 소유한 최대주주가 바로 발렌베리재단이다. 발렌베리가 소유 기업의 경영 성과가 배당을 통해 인베스터로, 다시 재단으로 흘러 드는데 재단은 이 수익금의 대부분을 과학과 기술 발전을 위해 사용한다.
발렌베리가는 검소와 절제를 가문의 전통으로 이어와 1932년 첫 집권에 성공한 사회민주당은 이런 발렌베리가를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책은 국내 최대 기업 삼성과의 유사점 및 차이점 비교에도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2003년 발렌베리가를 전격 방문한 적이 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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