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사회 전 분야에 만연해 있는 부패를 제도적으로 근절하기 위한 조치에 착수했다. 국가 감사기관이 사상 처음으로 민생 분야의 심각한 부패상황을 발표, 스스로 치부를 공개하고, 부패의 연결고리인 돈세탁을 막기 위한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의 감사원 역할을 하는 중국 국가심계서(瀋計署)는 29일 공고를 통해 2004년 예산 집행 사항을 감사, 41억 위안(5,300억원)을 회수하고 76명을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심계서는 국민의 원성이 가장 높은 기관으로 교육ㆍ의료ㆍ금융 기관을 지목, 베이징대(北京大) 칭화대(淸華大) 등 18개 중국 일류대학, 8개 의료기관 등을 집중 감사한 뒤 이들 기관의 민생비리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심계서에 따르면 18개 국립대의 규정위반 잡부금 징수는 모두 8억 6,800만 위안(1,056억원)에 달했다. 항목별로는 연수비ㆍMBA 학비 명목 6억 4,427만 위안, 국가가 징수 금지한 비용 6,010만 위안 등이다.
중국의 초중고교와 대학은 돈을 받고 입학을 허가해주는 사실상의 기여금제를 실시하고 각종 명목의 잡부금을 무분별하게 받아 부자를 위한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의료기관들도 약값과 치료비를 과다 청구해 서민들의 원성을 사왔다.
부패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돈세탁 방지 법안도 마련되고 있다. 북한의 불법자금 돈세탁 경로로 이용돼 미국의 제재를 받았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관할하는 마카오 정부는 23일 돈세탁에 관여한 자에게 징역 2~8년의 중형을 내릴 수 있는 법을 처음으로 제정했다.
앞서 22일 중국 전역의 돈세탁 방지 업무를 총괄하는 취양웨민(歐陽衞民) 중국인민은행 반세전(反洗錢) 주임은 “돈세탁 방지 강화를 위해서는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국가기관에 형사처벌권 등 강력한 공권력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금융중심지인 상하이(上海)는 29일 ‘반세전공작연석회의’라는 새 제도를 출범시켰다.
중국 언론들은 연내에 중국 중앙정부 차원의 돈세탁 방지법이 제정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베이징=이영섭특파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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