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측에 저작권이 있는 ‘북한판 동의보감’을 놓고 국내 출판업자 사이에 벌어진 법정 다툼에서 항소심 법원이 1심 판결과는 달리 북측의 공증(公證)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했다.
서울고법 민사 4부(주기동 부장판사)는 30일 Y 출판사 대표 이모 씨가 “내가 출판권을 갖고 있는 북한판 동의보감을 그대로 베껴 출판했다”며 B 출판사 대표 김모 씨와 유명 한의대 교수 등 23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북한판 동의보감은 북한의 ‘보건부동의원(현 고려의학과학원)’이 동의보감 원문을 번역, 1982년 북한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가 출판한 책이다. Y 출판사는 “저작권자인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한테서 권한을 위임 받았다”며 1994년 국내에서 출판했다.
1심 재판부는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대리권은 이 씨가 갖고 있다’는 북한 평양시 공증소의 의견이 받아들여 “김 씨 등은 이 씨에게 7,3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국내 법원이 북한 공증기관 확인서의 효력을 처음 인정한 사례였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평양시 공증소는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저작권자가 과학백과사전종합출판사라고 했지만, 1심 판결 후 북한에 신설된 저작권사무국에 다시 사실을 조회한 결과 저작권자는 보건부동의원이라는 답변이 왔다”며 “북한에서의 저작권자 규정 관행 등에 대해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느 한 쪽의 의견만을 신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북측 출판사한테서 Y출판사가 북한판 동의보감에 대한 독점 출판권을 설정 받았다는 주장 역시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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