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발표한 ‘8ㆍ31 후속대책’에 따르면 중산층은 돈 빌려 비싼 집 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진다. 15년 장기분할로 대출을 받아도 시가 6억원 아파트는 집값의 20~30%밖에 빌릴 수 없기 때문이다.
자기 돈이 집값의 70~80%는 있어야 한다는 얘기이다. 3년 만기 대출은 집값의 3~7% 밖에 빌릴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 대책이 중산층의 강남 진입이나 평수 늘리기만 원천 봉쇄할 뿐이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출금 얼마나 줄어드나
이번 대책은 대출을 할 때 주택담보비율(LTV) 뿐 아니라 채무상환능력까지 보겠다는 것. 채무상환능력은 총부채상환비율(DTI)이라는 지표로 측정되는데, 연간 소득에서 ‘해당 대출건의 연 원리금 상환액’과 ‘다른 부채의 연 이자상환액’을 합친 금액이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봉에서 매년 갚아야 할 원리금이 40%가 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 예를 들어 연봉이 3,000만원인 사람이 DTI가 40%가 되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은 1,200만원(3,000만원 x 40%, 다른 부채 없다고 가정)이다.
이 경우 만기 15년 원리금분할 대출(고정금리 5.58% 적용)을 기준으로 할 때 대출가능액은 1억2,000만원이다. 시가 6억원 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집값 대비 대출액은 20.3%밖에 안 된다. 이는 현재 대출가능금액(3억6,000만원) 보다 2억4,000만원이 줄어든 것이다.
또 연봉 5,000만원인 사람은 DTI가 40%가 되는 대출가능금액이 2억원 정도로, 시가 6억원 짜리 아파트를 살 경우 집값의 33.8%만 대출 가능하다.
현재 대출가능액(3억6,000만원) 보다 1억6,000만원이 줄어드는 것이다. 연봉이 많을수록 대출액도 많아지는데, 시가 6억원 아파트는 연봉이 8,900만원 이상이 돼야, 시가 8억원짜리 아파트는 연봉이 1억2,000만원이 돼야 LTV한도 60%까지 전액 대출 받을 수 있다.
한편 단기 일시상환 대출일수록 대출액이 급격하게 줄어드는데, 연봉이 5,000만원인 사람이 6억원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3년 만기)을 받을 경우 5,000만원까지만 대출 받을 수 있고, 연봉이 3,000만원이면 3,000만원까지만 대출 받을 수 있다.
●중산층만 피해 논란
이번 조치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액 자산가들이 은행 대출을 받아 집을 사지는 않는다”며 “이번 대책은 결국 중산층은 6억원이 넘는 아파트는 꿈도 꾸지 말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도 “금융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순기능이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소득이 계속 발생하는 중산층에게까지 좋은 환경의 집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원천 봉쇄한다는 측면에서 다소 무리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나 박종규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너무 급격하게 자금줄을 조이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남의 돈을 가지고 집을 사도록 조장한 것 자체가 잘못됐었다”면서 “능력이 되는 만큼 돈을 빌리는 관행을 정착시킨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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