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원주의 가나안 농군학교. 혹독한 심신 교육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수련 시설이다. ‘휴지는 여섯 칸만 사용한다’, ‘치약은 3㎜만 짜고, 비누는 3,4번만 문질러 쓴다’ ‘네 시간 일하고 한 끼를 먹는다’ 등 생활 수칙도 엄격하다.
여기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30일부터 1박2일간 수련회를 한다. 최연희 의원의 성 추행 파문 등을 처절하게 반성하고 당의 기강을 바로 잡는다는 취지다. ‘웰빙 귀족 당’의 이미지를 턴다는 의미도 있다.
의원들은 30일 오후에 입교, 농장 체험과 인간성 회복 교육, 정치ㆍ경제 특강 등 1시간 단위의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야 한다. 성 희롱 예방 교육도 받는다. 취침은 밤 10시, 기상은 새벽 5시. 술과 담배, 커피, 휴대폰 통화는 일절 금지되고, 동료 의원을 만날 때마다 “개척!”이라고 구호를 외쳐야 한다. 농군학교 관계자는 29일 “의원들이라고 봐 주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이한 건 의원들이 이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언론에 절대 공개하지 않기로 한 지도부의 방침이다. 출입기자들은 30일 30분간의 입교식만 참관할 수 있다. ‘정치인은 벼락을 맞으면서도 카메라 플래시인 줄 알고 웃는다’는 말처럼 언론을 의식하는 의원들이 극구 취재를 사양한다니 이례적이다. 진수희 원내공보부대표는 “수련회가 쇼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지도부의 의지에도 불구, 몇일 전부터 “개인 사정이 있다”며 못 간다는 의원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또 “형식에 치우친 수련회보다는 의원들끼리 진지한 토론을 통해 자아 비판할 시간을 갖는 게 더 유익하지 않느냐”는 견해도 일부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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