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껏 ‘지하철 1호선’처럼 현실을 리얼하게 그리면서도 재미 있는 뮤지컬은 없었습니다. 그게 이 작품이 3,000회까지 오게 된 성공 요인인 것 같습니다.”
29일 무대에 오르는 극단 학전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의 3,000회 기념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독일 원작자인 폴커 루드비히(69ㆍ사진) 그립스 극장 대표가 한국을 찾았다. 루드비히 대표는 1960년대 독일 좌파 학생운동의 리더로 활동하다 학생운동이 좌절된 이후 베를린에서 아동ㆍ청소년극을 주로 공연하는 그립스 극단을 창단, 리얼리즘의 시각으로 어린이와 청소년 문제를 다뤄온 아동청소년 문화의 대표적 인물이다. 극단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은 이 극단의 ‘리니에 아인스’(Linie Einsㆍ지하철 1호선)를 번안해 공연한 작품이다.
3,000회 기념 공연을 앞두고 29일 서울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만난 루드비히 대표는 “베를린의 그립스 극단이 ‘리니에 아인스’ 1,000회 공연을 할 때 학전팀을 초청했고, 학전팀의 2,000회 공연 때는 그립스팀이 서울에 와서 공연을 했다”며 “이제 배우들과 연주자들까지 너무 가까워져 마치 집에 와 가족을 만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1,000회 공연(2000년) 때 저작권료 면제라는 선물을 안겨주고, 2,000회 공연(2003년) 때는 김민기 대표의 ‘아침이슬’을 그립스 극단의 배우, 스태프들과 독일어로 합창해 학전팀을 감동시켰던 루드비히 대표는 “이번엔 그립스 극장의 전 배우들이 참여한 한국말 축하 메시지를 DVD 동영상에 담아 선물로 가져왔다”며 연신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공연이 3,000회까지 오게 됐는데 혹시 저작권료를 면제해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느냐”는 짓궂은 질문에 ‘껄껄’ 웃으며 “전혀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면제해줄 생각”이라고 답했다. “학전의 ‘지하철 1호선’은 제 원작의 설정과 음악을 가져다 쓰긴 했지만 김민기씨 고유의 작품입니다. 문학적으로도 상당히 가치가 있죠. 그런 작품에 저작권료를 받는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어요.”
서울에 오면 지하철을 많이 타본다는 루드비히 대표는 가장 인상적인 모습으로 지하철의 잡상인들을 꼽았다. “잽싸게 지하철에 타서 빠른 말로 설명하고, 여러가지 물건들을 판 후 다른 지하철로 갈아타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게 학전의 ‘지하철 1호선’에 그대로 나와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그립스의 ‘지하철 1호선’이 베를린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듯, 학전의 ‘지하철 1호선’도 대도시 서울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죠. 보통 우리가 아는 뮤지컬들은 스펙터클한 멋진 장면이나 판타지, 사랑이야기 등이 많지만, 이렇게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리면서도 재미 또한 뛰어난 뮤지컬은 없었던 것 같아요.”
31일 베를린으로 돌아가는 루드비히 대표는 이날 오후 7시 열린 3,000회 공연 기념식에서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명의의 감사장을 받은 뒤 3,000회 기념공연을 관람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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