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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삶과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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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삶과 기술

입력
2006.03.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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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요법이 신앙치료나 정신의학보다 중요하다. 기술을 습득하게 되면 그 기술 자체가 쓸모없는 것이라고 해도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삶의 의미도 형식도 잃고 살아가는 사람들, 가령 노숙자에 대한 에릭 호퍼의 처방이다. 기술이란 뭔가를 고치거나 만드는 재주다. 그러니까 삶의 기반이 되는 물질세계에 가장 쓸모 있는 재주다. 설사 별 쓸모없더라도 어떤 기술이 있다는 것은 머리와 손끝이 팽팽하게 소통하고 있다는 건데, 그건 생명감을 자극한다. 에, 또, 이런 말씀이죠, 호퍼 씨?

내게도 뭔가 기술이 있으면 좋겠다. 재미있고 너무 고되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은 기술, 뭐 없을까? 알량하나마 내가 가진 유일한 기술, 기술(記述)하는 기술(技術)이 그렇긴 하지만 다른 진짜 기술 말이다. 바지런히 몸을 움직이면 돈벌이도 되는 양재 미용 요리 제과 도배 스포츠 마사지 등등 소프트한 기술. 그런데 그런 기술양성 학원들은 왜 하나같이 곧 사라질 듯한 모습으로 이런저런 상가 건물에 숨어있는 걸까?

그곳에서 습득한 기술로 영세 자영업자가 된 사람들이 홀연히 모여들어 파트릭 모디아노 소설의 배경 같은 상가를 이룬다.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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