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이사회가 28일 러플린 총장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의결함으로써 러플린 총장은 사실상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됐다.
그는 2004년 7월 KAIST의 첫 외국인 총장이자 노벨상 수상자로서 큰 기대 속에 취임했다. 하지만 최근 그의 계약연장 반대를 위해 교수의 80%가 서명하고, 27일 학과장 20명 전원이 사퇴하는 등 흉흉한 임기말을 맞았다.
러플린 총장에 대한 반발이 처음 불거져 나온 것은 2004년 말 그가 내놓은 ‘KAIST 사립화 방안’이었다. 러플린 총장은 KAIST의 예산을 정부에 의존하지 말고 사립화해야 하며, 학부 정원을 2만명으로 늘리고, 의대·법대·경영대학원 예비반을 포함한 종합대학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연구중심 이공계 대학이라는 KAIST 설립취지와 어긋나는 비전으로, 교수들이 반발했다. 하지만 과학기술부가 “와전됐다”고 해명하면서 흐지부지됐다.
러플린 총장의 비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과학계 일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KAIST 교수들이 결국 개혁적인 총장을 몰아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러플린 총장 개인적 성향과 자질문제도 이번 사태의 중요 요인으로 꼽힌다. KAIST 교수협의회는 23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질부족과 신뢰감 상실로 더 이상 러플린 총장과 함께 할 수 없다”고 공표하며 ‘KAIST 노벨상 총장의 실상’, ‘해외에서 러플린 총장의 한국 및 KAIST 비하발언’등 자료를 공개했다.
러플린 총장이 시무식도 참석하지 않은 채 과도하게 휴가를 사용했고, 자신이 직접 교수를 평가해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주장했다는 것. 또 외국 연구소와 대학에서 “한국이 부패했다” “KAIST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비하발언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KAIST의 한 교수는 “KAIST가 언젠가는 정부 예산에서 독립해야 한다는 방향에서 러플린 총장의 비전이 100% 틀렸다고 보지는 않는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개혁의 시기와 방법이 맞지 않는 데다가, 총장으로서의 러플린 개인의 자질이 문제가 있어 함께 개혁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고 밝혔다. 러플린 총장은 노벨상 수상자라는 화려한 연구업적만한 리더십은 없었던 셈이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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