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열린 청와대 워크숍에서 ‘덴마크 모델’이 활발히 논의됐다고 한다. 이른바 노동 유연성과 고용 안정성을 함께 추구하는 ‘유연안정성(Flexicurity) 모델’로, 해고요건 완화와 적극적 재고용 정책이 결합된 방식이다.
상충하기 쉬운 두 가지가 절충된 형태이니 좋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네덜란드 모델’이니 뭐니 하던 일련의 논의가 말장난에 그쳤음을 생각하면, 새삼스럽게 무슨 모델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헛되다.
다른 모든 노동유연성 확보책과 마찬가지로 ‘덴마크 모델’은 촘촘하고 두터운 ‘사회 안전망’을 전제로 한다. 그것을 결여한 노동유연성 논의는 시장의 탄력성이 아니라, 시장의 축소나 정체(停滯)를 부를 뿐이다. 한국의 사회안전망은 아직 너무 얇고 성기다.
‘노동시장 양극화’ 운운은 더욱 걱정스럽다. 노동시장이 대기업은 지나치게 경직돼 있고, 중소기업은 너무 유연하다는 이상한 진단을 했으니, 대기업은 풀고 중소기업은 죄자는 엉뚱한 대책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양극화 담론의 매력이 아무리 크다지만, 어디 현재의 노동시장에 들이댈 일인가.
주요 업계에서 50세 넘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을 모른다는 것인가, 무시하자는 것인가. 노동시장은 상ㆍ하위 부문이 교체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이고, 대기업의 긍정적 선도는 주변부에 강하게 파급된다. 이런 상식과 동떨어진 노동시장 양극화 운운이 부디 특정인의 돌출 발상에 그친 것이기를 빈다.
우리는 한국사회의 발등에 불인 고용불안과 취업난이 전체 경제가 적정성장에 이르지 못한 필연적 귀결이라고 본다. 경제가 성장궤도에 오르자 청년실업이 순식간에 옛 얘기가 돼 버렸고, 4월부터는 사실상 65세로 정년 연장을 본격화하는 일본이 좋은 예다.
그러니 되지도 않은 ‘어디 모델’을 들추며 시간을 보낼 일이 아니다. 노동유연성의 전제인 사회안전망 확충은 물론 중ㆍ청년 실업 해소의 궁극적 해결책인 경제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싸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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