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학생과 노동자, 야당 등이 28일 총파업을 결행해 우려했던 ‘검은 화요일’(마르디 누와르)이 현실화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총리가 주창한 최초고용계약법(CPE) 철회를 요구하는 학생과 노조 등이 주도한 전국 총파업에 철도 항공 은행 우체국 병원 학교 관공서 등 공공서비스 노조가 대거 동참하면서 이날 국가 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
또 전국적으로 200여 곳에서 CPE 철회 요구 시위가 벌어지면서 충돌사태가 빚어져 지난해 10월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던 방화 시위 사태가 재발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부 장관은 파리에만 경찰 4,000여명을 배치하고, “격렬 시위자들을 체포하라”고 지시를 내렸다.
항공기 3대중 한 대꼴 운항 취소
프랑스 국영철도(SNCF) 노조는 27일 밤 36시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이번 24시간 총파업의 서막을 알렸다. SNCF 노조의 파업 선언으로 28일 장거리와 교외 통근 열차는 40%, 초고속 열차인 TGV도 3분의 2정도만 운행됐다.
항공기는 3분의 1이 운항이 취소됐으며 나머지도 지연 운항됐다. 결항된 항공기는 일부 국제선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국내선이었다. 이 여파로 프랑스 남서부 포(Pau) 공항이 폐쇄되는 등 프랑스 전역에서 교통대란이 벌어졌다.
다만 유럽 도시를 연결하는 철도인 유로스타는 정상 운항됐다. 프랑스 LCI TV는 “총파업으로 전국 76개 도시와 지역에서 교통차질이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여기에다 교원 노조까지 총파업에 동참하면서 대부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이날 하루 휴교령이 내려졌다. 전체 4,300여 개 중 1,000여 이상의 고교와 전국 84개 중 70여 대학교가 학생들의 시위 참석 등으로 폐쇄되거나 휴업 상태에 들어갔다.
언론노조도 동참해 이날자 모든 신문이 발행되지 않았다. 전국 라디오 방송인 ‘프랑스 엥포’는 음악만 내보내는 등 파행 방송됐다.
프랑스 최대 노조인 노동총연맹(CGT)과 프랑스 민주노총(CFDT), 노동자의 힘(FO)을 비롯한 주요 노조는 이날 공공부문과 일부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500만 명이 총파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파리에선 최대 규모 시위
총파업과 함께 이날 오후 전국적으로 사회당과 공산당 등 야당 지도자를 포함해 150여만 명이 참석한 노학(勞學)연대 시위도 열렸다. 파리에서는 이탈리 광장에서 레퓌블리크 광장까지 도로에 수십만명이 모여 CPE 철폐를 요구하며 가두 행진했다. 외신들은 이날 파리 시위 규모가 역대 최대라고 전했다.
이날 시위는 초반에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으나 오후 늦게 폭력 시위로 바뀌면서 곳곳에서 경찰과 충돌이 벌어져 부상자가 속출했다. 지난해 소수민족 집단 소요사태 진원지로 이민자 집단거주지인 파리 북쪽 변두리 센_생_드니 지역에선 전날 차량 4대가 불탄데 이어 이날도 폭력시위가 이어졌고 경찰이 추가 배치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조 지도자들은 29일 오전 향후 투쟁 방침을 정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30일 전국 주요 기차역과 도로를 점거해 실력 행사에 나서는 한편 다음달 4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시위가 격화하자 미 국무부는 이날 프랑스에 있는 자국민들에 대해 저녁이나 밤 시간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도록 하는 등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드 빌팽 총리 CPE 철회 안 할 듯
CPE를 둘러싼 정부와 학생ㆍ노동자 간 대치는 총파업 이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드 빌팽 총리는 “CPE 관계법의 부분 수정을 논의할 용의가 있다”며 학생ㆍ노조대표와 30일 대화할 것을 제의했지만 소수인 극우 온건파를 제외하고 주요 학생조직이 CPE 철회를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거부하고 있다. 노동계도 ‘선 CPE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드 빌팽 총리는 CPE 자체를 철회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결과 국민의 63%는 드 빌팽 총리의 CPE 고수를 지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집권 여당인 대중운동연합(UMP) 지지자들의 74%는 그의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지지자들의 37%만 드 빌팽 총리가 CPE 철회하는 방식으로 이번 사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점도 그의 입장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보여주는 예이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총파업 결과가 내년 대선 전략으로 CPE를 내놓은 드 빌팽 총리의 최대 정치적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양준 기자 naig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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