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46ㆍ구속) 전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의 로비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고 있다. 수사팀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검찰은 이미 드러난 대출 알선 혐의와 현대ㆍ기아차 건설 인허가 로비 의혹 외에도 다른 기업들의 인수합병 등 이권 로비에 김씨가 개입한 단서를 상당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의 로비 의혹 수사는 시작단계라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은 “김씨의 구속 영장에 기재한 3가지 혐의는 지극히 일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수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상당수 기업이 ‘김재록 폭풍’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김씨는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 시절 부실기업 인수합병 일감을 ‘싹쓸이’했다. 인베스투스글로벌 대표로 있을 때도 수십 개의 기업을 상대로 컨설팅 업무를 해왔다. 이 과정에서 해당 기업과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데에 검찰 수사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의 수사 여력을 감안할 때 당분간은 현대차 비자금의 조성경위와 사용처에 대한 수사에 집중하겠지만 머지 않아 검찰의 칼날이 다른 기업으로 향할 것이 확실하다.
금융권에 대한 수사도 더 강도높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씨는 24일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김대중 정부 시절 금융계 고위인사에게 은행장을 추천했다”고 밝힐 정도로 경제부처 고위관료와 금융기관 임원들과 친분이 두터웠다. 인베스투스글로벌 관계자도 “김씨가 친분이 있는 시중은행장이 물러날 때가 되자 직접 찾아가 경제부처 고위인사에게 부탁해 유임시켜 주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의 화려한 인맥을 고려할 때 경제부처와 금융권 전ㆍ현직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검찰에 불려올 수도 있다.
검찰은 그러나 “현대ㆍ기아차 규모에 준하는 다른 대기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수사에 동요하고 있는 재계를 다독이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재계 수사가 경제 불안으로 이어져 검찰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깔려 있다.
검찰은 현대ㆍ기아차 수사와 관련해서도 총수 일가가 목표물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 수사를 무작정 확대하지는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경위를 수사를 하다 보면 총수 일가에까지 칼끝이 미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현대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이주은 사장 구속영장에 따르면 글로비스는 국내 및 해외 하청업체와 물품 거래를 하지 않고도 한 것처럼 대금을 지급한 뒤 부가가치세를 공제한 금액을 그대로 돌려 받는 수법으로 4년간 7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가공 거래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400여 차례에 걸쳐 조금씩 비자금을 조성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룹 오너의 지시나 묵인 없이 가능했겠느냐는 것이 우선 제기되는 의문이다.
김씨가 2003년 이후 현대ㆍ기아차의 후계구도 등에 대한 용역 보고서를 잇따라 수주했던 점에 비춰 그룹 오너와의 부적절한 거래를 의심하는 눈초리도 있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 파트와 사업 파트는 다르다”고 밝힌 대목은 이런 가능성을 암시한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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