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지지율은 중간에 떨어졌다가 후반에 상승하는 U자형을 그릴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입만 열면 해온 얘기다. 그 논거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이 결코 부패에 휘말리지 않고 기강도 해이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 대통령에게는 임기 말 레임덕(권력누수)은 없을 것”이라는 장담도 나온다.
그러나 요즘 ‘대통령의 남자들’이 잇달아 보여준 행태는 ‘U자형’ 주장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 26일 청와대 김남수 사회조정2비서관은 비서실 워크숍을 끝낸 뒤 부랴부랴 골프장으로 향했다. 골프 파트너 중에는 그 날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현대자동차의 계열사 임원도 끼어있었다. 국가청렴위가 직무관련자와의 골프금지 지침을 내린 지 불과 사흘 뒤였다.
물론 청렴위 지침이 “현실성이 없는 한건주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비현실적인 지침이라 해도 청와대 참모라면 일단 이를 준수하는 게 도리가 아닐까. 더욱이 청와대는 공직자의 표상이 아닌가.
불과 열흘 전 청와대에서는 한 행정관이 여직원과 부적절한 교제를 하다가 아내를 살해한 사건이 터져 세상을 놀라게 했다. 금년 초에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이종헌 행정관이 3급 비밀인 국가안전보장회의 회의록을 유출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청와대가 엄중한 조치를 했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특히 사상 초유의 살인사건이 벌어졌는데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그러니 골프 금지 지침이 내려오든 말든 청와대 비서관이 부담없이 골프를 치는 것이다. 기강 해이는 부패나 국정실수로 이어져 결국 레임덕을 초래한다. ‘U자형 지지도’를 장담하기 전에 대통령의 참모들부터 행여 잘못된 처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일이다.
김광덕 정치부 차장대우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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