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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촬영 중인 '중천'의 정우성ㆍ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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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촬영 중인 '중천'의 정우성ㆍ김태희

입력
2006.03.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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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비하게 늘어선 구릿빛 원기둥 위로 60여개의 스페이스 라이트가 불을 밝힌 가운데, 긴 머리를 풀어헤친 정우성이 스턴트맨과 느린 동작으로 칼 싸움의 동선을 맞춰본다. 통일신라시대 옷차림으로 단장한 김태희는 모니터 앞에서 정우성의 액션을 꼼꼼히 체크한다.

27일 밤 중국 저장(浙江)성 항저우(抗州)에서 차로 2시간30분 떨어진 헝디엔(橫店) 촬영소의 실내 스튜디오. 죽은 자들이 49일간 머문다는 중천(中天)을 배경으로 시공을 초월한 사랑을 그린 영화 ‘중천’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이다.

‘비트’ ‘무사’ 등을 만든 김성수 감독이 제작하고, 그의 조감독 출신 조동오 감독이 첫 메가폰을 잡은 ‘중천’은 이승에서의 기억을 지우고 중천을 지키는 천인(天人)이 된 소화(김태희)와 산 자의 몸으로 중천에 들어간 그의 옛 연인 이곽(정우성)의 사랑을 그린 판타지 액션 멜로. 이날 촬영분은 이곽이 중천의 반란세력 반추(허준호)와 최후의 결투를 벌이는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슛’ 사인과 함께 날렵한 몸놀림으로 칼을 휘두르던 정우성은 OK 사인이 나자마자 모니터 앞으로 달려와 연기를 점검한다.‘데이지’에 이어 연달아 액션 멜로를 찍는 그는 “성격 안 좋기로 유명한 김성수 감독을 8년이나 보필한 조동오 감독이 데뷔 한다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농담처럼 ‘출연의 변’을 밝혔다.

“사실 저는 시나리오보다 사람을 보고 영화를 결정해요. ‘비트’ 찍을 때도 ‘전에 김성수 감독님 만났는데 좋았어. 하지, 뭐’ 이런 식이었죠.”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영웅’, 첸카이거(陳凱歌) 감독의 ‘무극’의 촬영지로 유명한 헝디엔은 도시 전체가 자금성, 진시황궁 등의 세트로 이뤄진 거대한 세트 도시.‘중천’이 이곳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촬영되다 보니 배우들은 잠깐 귀국할 때를 빼면 유배 아닌 유배 생활을 해야 한다.

“쉬는 날에는 친구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는데 그걸 못해서 제일 아쉬워요. 하지만 영화에 집중할 수 있는 건 장점이죠.”(김태희)

어느덧 영화 경력 12년이 된 정우성은 영화가 처음인 김태희에게 든든하면서도 무서운 선배다. “연기는 믿음에서 시작되는데 태희씨는 감정과 캐릭터를 이성적으로 분석하는 스타일이라 제가 잔소리를 많이 해요.

상황을 실제처럼 믿고 느끼는 대로 표현하라고.” 김태희는 정우성이 하도 많은 ‘가르침’을 줘 “오늘은 용량 초과니까 더 이상 얘기하지 말라”고 할 정도란다. “감독 데뷔를 준비하는 분이라 그런지 연출에 대한 의견도 제시하고 영화 전반에 걸쳐 신경을 많이 쓰세요. 연륜이나 경력이라는 게 참 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회 있을 때마다 올해 안에 감독으로 데뷔하겠다고 밝힌 정우성은 “사실 그 말 하고 난 뒤 후회했다”며 웃었다. “예전에는 청춘물 시나리오도 쓰고 했는데 지금은 뭘 해야 할지 솔직히 막연해요. 확실한 건 30대가 되고 나서 일 욕심이 훨씬 커졌다는 거죠.”

귀신과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홍콩영화 ‘천녀유혼’과 비슷한 데다, 판타지 무협은 ‘천년호’ ‘무영검’ ‘무극’ 등의 국내 흥행 참패에서 보듯이 부담이 적잖은 장르다. 하지만 이들은 “‘천녀유혼’과는 전혀 다른 영화이고, ‘중천’의 성공으로 판타지에 대한 편견도 무너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정우성은 “그동안 판타지는 기술력과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주는 데 중점을 뒀지만 ‘중천’은 다르다”고 했다.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넘어선, 기억에 관한 영화예요. 내포하고 있는 게 굉장히 많죠. 영화 보면서 생각하는 걸 싫어하는 분도 있겠지만, 아마 보고 나면 아주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겁니다.”

헝디엔=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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