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재계 CEO 300여명이 참석한 대한상의 초청 특강에서 “내가 말하고 난 후 보도를 보면 내 말과 다르거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지엽의 얘기나 양념 얘기들이 크게 나와 내 생각이 잘 전달되지 않는다는 답답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 사회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을 위해선 정부와 재계 사이의 인식차를 좁힐 수 있는 ‘소통과 대면(對面)’ 노력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최근 ‘인터넷 국민대화’에서 언급한 세금 이야기의 진의를 길게 설명했다.
사실 자신의 발언이 본래 의도와 달리 전달되거나 과장 해석돼 논란을 빚었다는 불만은 꼭 틀린 것만은 아니며 언론도 생각해볼 점이 적지 않다. 양극화 세금 부동산 정부역할 등 요즘의 주요 논쟁이 구체적 대안보다 책임공방에 머물러 있는 것도 정부와 전문가 혹은 국민 사이의 소통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아마 이 같은 소통 장애가 언론의 편견 탓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영민한 정부라면 소통 부족의 책임이 전적으로 자신에게 있음을 쉽게 알아차릴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선 정책적 배려와 함께 가진 계층이 양보하는 사회적 합의가 중요하다는 정권 핵심부의 생각은 틀린 것이 아니다. 소득이나 재산이 많지 않더라도 사회공동체를 위해 월 1만원 정도의 세금을 더 내자는 제안에 발끈할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데도 정부가 세금 등의 얘기만 꺼내면 사회 전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정책의 눈높이가 국민이 아니라 정권의 자의적 잣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는 국민들에게서 1만원은커녕 1,000원의 선의도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 스스로는 한없이 관대한 도덕적 잣대와 내부규율을 적용하면서 툭하면 상위 10%, 20% 계층을 걸고 넘어지고, 대기업의 사회공헌을 주문하는 식으로는 소통을 기대할 수 없다. 그 자리에 있던 CEO들의 반응을 점검하는 것으로부터 소통의 틀을 다시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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