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자동차그룹은 28일 해외공장 프로젝트 및 일관제철소 건설 등 현재 진행중인 굵직굵직한 대형 사업들이 검찰 수사로 차질을 빚지 않을 까 잔뜩 우려하며 피해 최소화에 부심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 그룹은 환율하락 등 대외악재에 대비, 해외공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며 자동차산업의 수직 계열화를 달성하기 위해 제철소 건설과 부품업체 인수 등을 활발히 추진해왔다. 현대차 기획총괄본부와 재경본부의 경우 이날 핵심 임직원들이 출국금지를 당하자 일손을 거의 놓은채 수사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로인해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현대차그룹의 국내외투자등이 상당기간 지연되거나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룹의 중장기 사업계획과 미래 비전의 밑그림을 그리는 기획총괄본부는 채양기 사장이 검찰의 소환 대상 1순위로 꼽히면서 적지않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현대차의 유럽 투자프로젝트.
현대차는 27일 체코 동부 노세비체에 8억~10억 유로를 투자해 2008년부터 연산 30만대 규모의 자동차 공장을 세우기로 하는 투자합의서를 체코 정부와 체결했다.
현대차는 내달중 체코 정부의 승인을 거쳐 공식 투자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지만 검찰 수사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대외 신뢰도 추락으로 자금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체코 정부와 해외 투자합의서를 체결하는 공식석상에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기 부담스러워 행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검찰의 서울 양재동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던 26일부터 3일째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있다.
정 회장은 대신 자택에서 김동진 부회장으로부터 이번 수사와 관련한 각종 보고를 받고 있다. 반면 정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여전히 새벽같이 출근,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는 등 대책마련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월로 예정된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 착공식도 불투명해졌다.
기아차는 내달 중순 조지아주에서 정 사장 등 고위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을 가질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요임원들의 발이 묶여 있는 상태인데다, 수사향방이 어디로 튈지 몰라 계획이 수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회사측의 분석이다.
정 회장이 숙원사업으로 추진중인 현대제철의 일관제철소 건설도 인ㆍ허가등과 관련해 김재록씨의 불법 로비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다. 현대제철은 당진공장에 대한 환경 및 교통 영향평가를 거친 뒤 연내 일관제철소를 세울 방침이었다.
회사측은 그러나 수사의 불똥이 튀면 5조원에 달하는 재원조달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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