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월드가 무료개장 이틀 전 직원들에게 행사 사실을 공식 고지했고 일부 직원들은 행사 전날 저녁에야 이를 알았다고 진술함에 따라 26일 사고는 대비 소홀에 따른 ‘예고된 인재’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롯데월드 무료개장 안전사고를 조사하고 있는 서울 송파경찰서는 27일 “롯데월드 참고인 조사과정에서 직원들에게 무료개장 사실이 알려진 때가 행사 직전이었다는 진술이 나왔다”며 “임원진은 2주 전부터 무료개장을 확정했다고 얘기하고 있어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월드 외곽경비를 맡는 용역 경비원들은 경찰에서 “행사 전날인 25일 저녁에야 무료개장 사실을 전해 들었다. 별도의 안전교육은 없었다”고 진술했다. 롯데월드 직원 A(30)씨는 “무료개장 이틀전인 24일 부서별로 협조공문이 돌았다”고 말했다.
B(42)씨는 “지난 목요일(23일) 저녁에 무료개장 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며 “당일 설마 하는 마음으로 출근했는데 이미 아수라장이 돼 있었다”고 귀띔했다. 롯데월드는 무료개장 행사 자료를 23일 언론 등에 배포했다.
롯데월드 고위 관계자는 26일에는 “2주 전부터 무료개장이 확정돼 모두들 알고 있었던 상태였다”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월요일(20일) 임원회의에서 결정됐기 때문에 관례상 화요일(21일)께는 직원들에게 공고됐을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경찰은 롯데월드 임ㆍ직원 10명을 불러 조사했으며 곧 이들 중 상당수를 업무상 과실치상이나 주의의무 태만 혐의로 입건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이달 초 발생한 롯데월드 놀이기구 아틀란티스 사망사고의 책임을 물어 시설 안전책임자인 임모(5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인터넷도 롯데월드 성토장이었다. 모 포털사이트에는 롯데월드의 잇단 안전사고에 항의하며 1만명 서명운동이 시작됐다. 한 네티즌은 “롯데월드는 죽음의 공원”이라며 “주말에 인파가 몰릴 걸 알았으면서도 사고책임을 시민의 의식부족으로 전가했을 땐 어처구니가 없었다”고 질타했다.
경찰의 안일한 대응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비록 롯데월드에서 정식 지원 요청을 하지 않았지만 “인원을 한정하라”는 공문까지 보낸 점으로 미뤄 경찰도 위험성을 충분히 예견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월드 주변은 행사 하루 전날 저녁부터 지방에서 상경한 학생들로 가득했다. 일부 학생은 담배를 피우거나 자리싸움을 하는 등 치안부재 상태였다. 또 26일 오전 5시 지하철 잠실역에 도착한 열차는 만차였을 정도로 혼잡했다.
하지만 경찰은 오전 7시 20분께 “롯데월드가 너무 혼잡하다. 경찰관이 와서 정리 좀 하라”는 행인의 신고가 있기 전까지는 전혀 경찰관을 배치시키지 않았다. 뒤늦게 4개 중대 400여명을 출동시켰지만 이미 인파에 밀려 30여명이 중경상을 입은 뒤였다.
서울 모 경찰서 경비과장은 “행사 주최 측에서 시설보호요청을 해야 경찰력을 투입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자체적으로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상호협의와는 상관 없이 경찰력을 투입한다”며 “아쉬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안형영 기자 prometheus@hk.co.kr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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