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은 한국이 하고 과실은 일본이 챙긴다’
LG경제연구원은 27일 ‘가마우지 경제 보고서’에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에서 한국이 연승을 하고도 일본이 어부지리로 결승까지 오른 것처럼, 경제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가마우지 경제’란 1980년대말 일본 경제평론가 고무로 나오키가 ‘한국의 붕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말. 중국과 일본의 일부 낚시꾼들이 가마우지의 목 아랫부분을 끈이나 갈대잎으로 묶어 고기를 잡게한 뒤 이를 가로채는 것처럼 취약한 수출 구조로 실익을 일본에 뺏기는 우리나라를 가마우지 새에 빗댔다.
보고서는 “한국은 1970~80년대 이후에도 부품ㆍ소재 산업 육성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대중 무역수지 흑자는 230억 달러에 이른 반면 대일 무역적자는 240억 달러에 달해 중국에서 번 돈을 일본에 바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쌓인 우리나라의 대일 무역적자 규모는 총 1,039억달러로, 이 가운데 부품ㆍ소재 부문 적자가 76.4%(794억 달러)를 차지한다.
첨단 업종일수록 부품ㆍ소재의 수입 의존 구조는 더욱 고착돼 2000~2005년 반도체, 평면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컴퓨터ㆍ주변기기 업종의 원자재 수입 의존도는 각각78.8%, 67.7%, 66.8%, 50.9%에 달했다.
연구소는 “이런 산업 구조에서 수출 증가가 국내 중소기업의 경기 활성화로 연결될 수 없다”며 가마우지형 경제 체질을 국내 산업 양극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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