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록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화하면서 김씨가 외환위기 이후 정부 보유 부실채권 정리 및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 업무를 싹쓸이하다 시피한 사실이 다시금 핵심의혹으로 부각되고 있다.
김씨가 당시 경제부처 및 금융계 인사들과 상당한 친분을 맺고 있었던 점에서 ‘검은 뒷거래’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김씨가 1997년말 아더앤더슨 한국지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자산관리공사와 예금보험공사 등 정부 산하기관의 굵직한 용역을 도맡아 여러 차례 도마에 올랐다.
특히 99년 자산관리공사가 보유한 4억 달러 규모의 서울은행과 제일은행 해외 부실채권 매각 건을 수주한 것과 관련, 정치권과의 뒷거래설이 무성했다.
당시 의혹을 제기한 이성헌 전 한나라당 의원은 “아더앤더슨은 당초 입찰제안서에 없던‘성공보수’라는 명목으로 대행수수료로 2,000만 달러를 챙겼다”며 “아더앤더슨은 또 토탈컴퍼니라는 업체에 용역을 주면서 이익의 90%를 주는 계약을 맺었다”고 말했다.
그는 “토탈컴퍼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관계 있던 H사장이 운영하던 곳으로, 정권 실세인 P의원의 비자금을 관리한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자산관리공사는 또 2000년 대우 해외 채권 실사를 위한 자문 용역을 경쟁에 부치지 않고 아더앤더슨과 수의계약을 맺어 감사원 감사에서 지적당했다.
당시 한나라당 공적자금 조사특위에 따르면, 아더앤더슨은 이밖에 자산관리공사와 예보의 부실자산 관리 대행업무를 집중 수주, 이들 기관의 전체 대행 수수료의 55.9%를 챙겨 500억원대의 수익을 얻었다.
이 전 의원은 “김씨가 당시 예보의 이형택(김대중 전 대통령 처조카) 전무, 이 전무의 동생이면서 아더앤더슨 고문이던 이정택씨, 정재룡 당시 자산관리공사 사장 등과 서로 밀어주기를 했던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 재정금융분야 경영진단 등 정부 조직개편 자문에서부터 현대석유화학 구조조정 등 구조조정 관련 컨설팅을 상당수 수행했다.
산업은행과도 인연을 맺어 대우차 구조조정, 새한 구미공장 매각 등의 주간사도 맡았다. 2002년 엔론 사태로 아더앤더슨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김씨는 인베스투스글로벌을 세워 대우상용차 매각건 등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이 같은 대규모 수주는 당시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등 경제부처 고위층 인사와의 친분이 한몫 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강운태 전 민주당 의원이 아더앤더슨 한국지사 고문을 역임했고 이형택씨와 강봉균 열린우리당 의원의 딸, 김진표 교육부총리와 진 념 전 경제 부총리의 아들 등 고위층 자녀들이 대거 아더앤더슨에 근무하기도 했다.
당시 컨설팅업계 관계자는 “김씨가 공기업 경영진단 용역 등 정부 뿐 아니라 일반 기업체의 회계감사 일까지 빼앗아 갈 정도였다”며 “‘대통령 경제특보’라는 명함을 내걸고 다녔던 김씨가 학력을 속이고 다니거나 정ㆍ관계 고위 인사들의 후원을 받는다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말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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