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고가 안난 게 천운이다" "롯데월드는 6일 무료개장이 아니라 6일 안전교육이 필요하다"
롯데월드가 26일 야심차게 기획한 무료개장 행사는 시민들로부터 환영은커녕 비난만 받고 하루 만에 끝났다. 즐거운 시간을 기대하고 새벽부터 나들이 길을 재촉한 5만여명은 생사를 넘나드는 아찔한 순간을 보냈다.
특히 이날 경찰 조사에서 한 경비원은 "오전 7시 30분께 입구에서 근무를 시작했는데 그때까지 시설 외부에 별도의 안전요원은 없었다"고 진술, 롯데월드의 행사 준비에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을 드러냈다.
예상됐던 인파 사고
롯데월드와 연결된 지하철 잠실역에는 오전 5시부터 행락객이 쏟아져 나와 오전 7시께 무려 5만여명이 입장을 기다렸다.
잠실역 측은 갑자기 인파가 몰리자 오전8시부터 20여명을 추가로 투입해 비상 근무 체제에 돌입했고 서울메트로도 9시부터 운행열차와 170여개 역사에 롯데월드 입장이 불가능하다는 안내방송을 15분 간격으로 내보내는 등 긴박하게 움직였다.
예상됐던 사고는 오래가지 않아 발생했다. 오전 7시20분께 롯데월드와 잠실역 연결통로에서 인파가 입구 쪽으로 몰리면서 7명이 넘어져 다쳤다.
입장 과정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라 35명이 타박상과 골절상 등을 입었다. 정문 셔터가 부서지고 남문 출입구 유리가 깨지는 등 시설물 파손도 잇따랐다. 롯데월드는 1989년 개장 이후 처음으로 평소보다 5시간 빠른 오후 6시에 문을 닫았다.
빗발친 시민 분노
시민들은 롯데월드가 안전은 안중에도 없이 장삿속만 밝혔다며 거세게 비난했다.
윤대수(39ㆍ서울 동작구 흑석동)씨는 "4살난 아들을 안고 입장하는데 정말 생과 사를 넘나드는 기분이었다"며 "롯데월드가 인터넷 예매를 받았거나 사전에 번호표라도 나눠줬더라면 불상사는 없었을 것"이라며 혀를 찼다.
윤경섭(18ㆍ서울 강동구 명일동)군은 "갓난애를 안은 아주머니가 넘어져 아기가 압사할 뻔했다"며 "사람이 죽지 않은 게 천만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한계수용인원(3만5,000명)을 꽉 채운 놀이시설 내부도 아수라장이었다. 유재현(16)군은 "오전 5시30분부터 문 앞에 기다렸다가 입장했는데 5시간 동안 놀이기구 2개 밖에 못 탔다"며 "아무리 무료 개장이라지만 막무가내식 운영은 너무하다"고 성토했다.
출입구 철문 밖에서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5,000여명이 이용권 지급을 요구하며 집단 항의하는 등 고함과 원성이 그치지 않았다.
지난 해 '상주사태'를 재연할 뻔한 사고를 접했던 시민과 네티즌도 비난 대열에 가세했다. 아이디 gigm의 네티즌은 한 포털 사이트에 "사고로 희생된 사람을 앞세워 마케팅을 하려다 벌어진 사고"라고 꾸짖었다. 아이디 chohana는 "롯데월드측의 안전요원 다수가 60대 노인이어서 인파를 막기에 역부족이었다"고 지적했다.
"안전은 안중에 없어요"
롯데월드는 6일의 놀이기구 사망사고를 사과하는 차원에서 이번 무료개장을 기획했지만 안전 불감증은 여전했다.
직원들도 이틀 전인 24일 무료개장을 통보받았을 정도로 급하게 추진됐다. 한 직원은 "내부적으로도 무료행사를 할 바에야 안전점검을 한번 더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팽배했다"며 "사망사고를 거액의 보상금과 무료행사로 무마하려는 경영진의 태도가 한심할 따름"이라고 비판했다.
롯데월드는 또 사망사고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서둘러 행사를 추진했다. 경찰의 사고 예방 공문을 받고도 훈련조차 실행하지 않았다.
롯데월드는 사전에 경찰력 지원을 요청하지 않았고 첫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허둥지둥 경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민의 안전보다는 자사의 실추된 이미지 회복만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다. 롯데월드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사건 발생 초기 "시민들의 문화의식이 부족해 사고를 촉발한 측면이 있다"고 변명했다.
안전보다는 자사의 실추된 이미지 회복만을 염두에 두는 모습이었다.
안형영기자 prometheus@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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