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박영수 부장)는 현대ㆍ기아차가 김재록(46ㆍ인베스투스글로벌 전 대표ㆍ구속)씨에게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제공한 정황을 잡고 26일 오전 7시 30분부터 밤 늦게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ㆍ기아차 본사 기획총괄본부를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로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현대ㆍ기아차 계열사인 ㈜글로비스의 서울 원효로 본사와 현대오토넷의 경기 이천 본사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채동욱 수사기획관은 “김씨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현대ㆍ기아차의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수십억원의 로비자금을 받았으며, 자금 출처가 글로비스 등에서 조성한 비자금이라는 의혹이 제기돼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대ㆍ기아차가 김대중 정부 시절 이후 진행했던 각종 기업인수 등의 과정에 ‘금융권 마당발’로 통했던 김씨를 로비스트로 내세워 경제 부처와 금융권 고위 인사들에게 로비를 했을 가능성도 조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채 기획관은 수사 범위에 대해 “그룹 전체에 대한 수사는 아니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이후의 사업과 관련된 것이고 기아차 인수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1998년 12월 법정관리 중이던 기아차를 인수했다.
검찰은 현대ㆍ기아차가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현대오토넷을 통해 김씨에게 제공된 수십억원을 포함해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비스는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이 최대 주주이며, 설립 첫 해인 2001년부터 급성장세를 보여 지난해 1조 5,408억원의 매출과 79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현대오토넷은 자동차 전용 전자부품 생산업체다.
검찰은 압수한 자료의 분석이 끝나면 현대차와 계열사 임직원들을 불러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김씨에게 거액을 건넨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휴일에 전격적으로 압수수색을 한 데 대해 “영업 중인 평일 압수수색을 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기업 활동에도 방해가 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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