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등 신임 추기경 15명의 서임을 기념하는 축하 미사가 25일 오후 6시 30분(이하 한국 시간) 바티칸 성베드로 광장에서 봉헌됐다.
신임 추기경들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하는 진홍색 수단(발목까지 내려오는 성직자의 평상복)과 장백의(長白衣ㆍ미사와 행렬 때 입는 하얀 겉옷) 위에 흰색 제의(祭衣)를 입고 진홍색 주케토(성직자가 쓰는 작은 모자)와 주교관을 쓴 채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미사를 공동 집전했다.
교황은 “자신의 모든 것을 맡겨 하느님을 따랐던 성모 마리아처럼 베드로 사도의 직무에 참여할 새 추기경들은 신앙의 원천과도 같은 성모님의 모습을 닮아야 할 것”이라며 ‘하느님 사랑에 근거한 순종과 자유’를 역설했다.
교황은 “여러분이 받을 반지는 교회가 하느님의 거룩한 신부라는 것을 상징하며 반지 수여는 성모님이 ‘주님 여기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신 것처럼 거룩한 교회에 여러분이 불리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론한 뒤 반지를 수여했다.
추기경들이 교황 앞에서 무릎을 꿇고 받은 반지는 사도 베드로의 후계자 즉 교황과 추기경이 갖는 특별한 유대와 일치를 의미하며 존엄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날 베드로 광장과 그 주변에는 한국 순례객 등 각국의 성직자, 외교사절, 신자, 로마 시민, 관광객 등 수만명이 운집했다.
정 추기경은 미사가 끝난 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주최한 축하연에 참석했다. 국내외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교황청 설립 한국신학원에서 열린 축하연에서 정 추기경은 로마 유학 사제, 수녀 등으로 구성된 풍물패의 공연을 관람하던 중 이들에게 다가가 어깨춤을 추고 박수를 보내면서 분위기를 돋우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이어 한국신학원 성당에서 사제 100여 명, 수도자와 교민 신자 250여 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축하 미사를 봉헌했다.
이 자리에서 정 추기경은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은데 그들에게 영혼의 평화, 마음의 평화를 주는, 밤하늘의 작은 별빛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며 “우리 모두 주변 사람에게 작은 별, 작은 빛처럼 마음의 평화를 주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26일 오후 8시에는 명의 본당인 ‘루르드의 원죄 없으신 성모 마리아 성당’에서 축하 미사를 집전했다. 명의 본당은 로마에 있는 주요 성당 가운데 하나를 추기경에게 맡기는 것으로 교황청과 추기경의 유대를 강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정 추기경은 27일 교황을 알현하고 30일 귀국한다. 추기경은 가톨릭에서 교황 다음가는 고위 성직자로 교황을 보필하고 자문에 응하며 80세 미만이면 교황 선출권을 갖는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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