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뮤지컬 역사에 신화가 탄생하고 있다. 록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29일로 3,000회의 막을 올린다. 뮤지컬이 대중에게는 익숙치 않은 장르이던 1994년에 선을 보인 이 작품은 12년째 달리고 있다.
180석에 불과한 대학로 학전그린에서 6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국내 최장기 공연물이다. 예술의 즐거움과 현실을 이겨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선사한 이 뮤지컬은 그 후 활짝 열린 뮤지컬시대의 바탕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독일 뮤지컬 ‘리니에 아인스(Linie 1)’가 원작이지만, 철저하게 한국화했다. 동독 처녀가 사랑에 빠져 서베를린으로 오는 내용을 옌볜 처녀가 백두산 아래 사랑을 나눈 청년을 찾아 낯선 서울로 오는 구성으로 바꾸었다.
골격만 차용했을 뿐 우리 것으로, 혹은 연출자 김민기의 것으로 풀어냈다. 서울역에서 청량리역 사이의 낯익고 코믹하고 부끄럽기도 한 풍경과 현실이, 역동적인 록 음악과 함께 관객의 감각을 두드린다.
원작자는 ‘지하철 1호선’의 독창성과 우수성을 높이 평가해 2000년에 로열티 면제라는 선물을 주었다. 이 작품은 그 동안 유명배우의 성장 발판이 됐고, 베를린 등 9개 해외 도시에서 순회 공연도 가졌다.
‘오페라의 유령’ ‘캐츠’ ‘미스 사이공’ 등은 런던에서 초연되어 성공을 거둔 후, 뉴욕 브로드웨이로 건너가 신화를 쌓은 뮤지컬이다. 김민기 식의 ‘지하철 1호선’을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분단’이라는 작품의 주요 소재가 독일에는 과거에 있었고, 한국에는 지금도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육화한 것이다.
25일자 한국일보가 특집 보도한 것처럼 뮤지컬은 이제 대중문화의 총아가 되었다. 대중의 문화적 관심이 보다 고급화ㆍ능동화하고 있다. ‘지하철 1호선’의 3,000회 공연은 기념비적 사건이다. “계속 달려라!”- 공연을 앞두고 문화인들은 한 목소리로 기뻐하고 있다. 문화당국이 적절한 방식으로 이 공연을 격려하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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