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총리 후보자의 당적 포기 문제로 정치권이 시끄럽다. 한나라당은 인사청문회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있고 열린우리당은“정치공세는 그만 하라”고 일축하고 있다. 이 논전의 본질은 총리의 당적이 선거중립을 저해하느냐 여부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여당 지지 발언으로 탄핵까지 당했던 점을 고려하면, 선거 중립성은 확보돼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럼에도 한나라당이 강공을 펴는 것은 그만큼‘한명숙 카드’가 부담스럽다는 얘기이며 이를 둘러싼 여야 힘겨루기도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게임으로 볼 수 있다.
■ 우리당/ 선거중립 침해라니…말 안돼
열린우리당은 단호하다. “당적 포기 요구는사리에 맞지 않는 과도한정치공세”라는 것이다. 우리당 우상호 대변인은 26일“당적 이탈요구는 선거 중립을 위한 것인데 이미정부가 선거에 개입할 수 없는 문화가 만들어졌다”며“진정으로 선거 중립이 걱정되면청문회 과정에서 다짐을 받아내는게맞”고말했다.그러면서 오히려 이명박서울시장과 손학규 경기지사의 당적을 문제삼았다. 우대변인은“지금은 중앙정부가아니라 현장에 밀착된 지방정부의 선거 개입이 훨씬 더 위협적”이라며“한나라당이 한후보자의 당적을 문제 삼으려면 먼저 이 시장과 손 지사의 당적 이탈부터 요구해야 할것”이라고 역공을 가했다.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도“당적 포기 요구는 책임정치, 정당정치를 부정하는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라고 반박했다. 한후보자 본인도 이미 24일 인터뷰에서“책임 있는 국정운영을 위해 당적 이탈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우리당은 한나라당의 공세를 차단하기 위해 초반부터 방어막을 단단히 치겠다는 자세다.내심 한나라당이 당적 이탈을 계속요구한다 해도 손해볼 게 없다는 계산도하고 있다. 한 당직자는“당적 이탈 요구는 국민 눈엔 트집잡기로만 비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시장과 손 지사의 당적 문제로 맞받아 친다면 명분상 뒤지지 않는 게임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소수론이긴 하지만 한나라당이 끝까지 물고 늘어지면 수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기류도 있다. 첫 여성총리의 상징성을 당적에 집착해 훼손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당내 여성 의원들이“걸림돌이라면 양보해도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 한나라당/ 인사청문회 보이콧 할 수도
한나라당은 “한명숙 총리 후보자가 당적 정리를 하지 않으면 인사청문회 보이콧과 함께 국정운영 협조 거부도 검토할 수 있다”는 강경 자세다. 총리가 여당 당적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중립적 선거관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논거에서다.
이계진 대변인은 26일 논평에서 “1991년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후 12번의 전국적인 선거에서 국민의 정부 시절 공동 여당인 자민련 소속 김종필, 박태준 총리 외에 총리가 집권 여당 당적을 가진 적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한 후보자가 당적이탈을 거부하면 선거중립을 원천적으로 포기한 최초의 총리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이 한 후보자의 당적을 물고늘어지는 데는 다양한 전략적 의도가 깔려 있다. 한 후보자와 내각의 선거개입 의혹을 두고두고 문제 삼아 지방선거의 공세소재로 활용하겠다는 목적이 첫번째다.
한 당직자는 “한 후보자는 탈당도 않겠지만, 설령 탈당한들 선거 중립을 지킬 것으로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오히려 당적을 갖고 있는 게 우리에겐 유리할 것”이라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아울러 아무래도 부담스러운 ‘여성 총리’에 흠집을 내 선거, 특히 여성 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계산도 담겨 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되고 있다. 어차피 한나라당이 반대하더라도 다른 야3당의 기류를 감안하면 사상 첫 여성총리가 탄생될 가능성이 큰 상황인데, 청문회 보이콧 등 강경 일변도 대응은 여성 표 이반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고위 관계자는 “한 후보자의 당적 포기를 계속 주장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공세수위를 어떻게 조절하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