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ㆍ기아차측은 26일 대검 중수부가 서울 양재동 본사 사업총괄본부와 계열사인 글로비스, 현대오토넷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적으로 진행하자 크게 당혹하고 있다. 가뜩이나 원ㆍ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채산성 악화로 과장급 이상 임직원들이 임금동결 선언에 나설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 이번 검찰 수사로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정의선 기아차 사장에 대한 편법 증여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글로비스가 수사대상이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안이 자칫 삼성에버랜드 사태와 같은 후계구도 논란으로 번질까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또한, 글로비스가 수사대상에 포함된 것이 내부 제보 때문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충격을 받은 듯한 분위기도 감지됐다.
검찰과 현대차그룹측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오전 8시부터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을 현대ㆍ기아차 본사 등으로 급파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검찰은 본사 17층 재무팀과 회계팀 등을 오후까지 집중수색하고, 100여 박스 가량의 자료를 압수해 분석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출근했던 압수수색 관련 부서 직원들은 사무실에 들어가지 못한 채 외부에서 대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검찰이 수사중인 상황인 만큼 사안에 대해 언급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히면서도 수사 배경과 사태의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압수수색이 사전 예고없이 진행됐기 때문에 정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전 예고없이 진행됐다는 점에서 이번 수사는 다른 때와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어떤 사안에 대한 수사인지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라 검찰의 수사 배경에 대해 분주히 관측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김동진 그룹 부회장도 ‘도대체 어떤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는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답답해했다”며 “짐작할 만한 사안도 없는 상황이라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전모를 알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회사 일각에서는 검찰이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나 후계구도와 관련된 사안은 아니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라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수사가 큰 파장 없이 빨리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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