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 가격이요? 거래가 있어야 시세를 알죠. 집주인들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26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한 중개업소. 이곳의 K사장(공인중개사)은 최근 주변 부동산 가격 동향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다. K사장은 “어쩌다 몇몇 집주인들이 얼마에 팔아달라 물건을 내놓긴 하지만 사려는 사람에게 정작 중개를 할라치면 그 값에 못 팔겠다며 매물을 회수해 버리기 일쑤”라며 “결국 거래도 없이 호가만 올리는 판국이라 시세를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되지 못한다”고 불만섞인 푸념을 늘어 놓았다.
K사장의 넋두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만 해도 가격이 ‘천만원’ 단위로 뛰었지만 어째 올해는 올라도 ‘억’ 단위로 올라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며 “강남에서 중개업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최근 가격 오름세는 비정상이라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 없는 호가 상승이 확산되고 있다.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와 논란에도 불구, 단지마다 연일 최고가 경신이 그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중개업소가 집단 임시 휴업에 들어간 개포주공1단지와 주변 지역. 휴대폰 착신 전환으로 전화 연결이 된 T공인 관계자는 “1월초 10억원 가량을 호가하던 개포주공1단지 17평형은 호가가 12억원을 넘어섰으며 18평형도 이 달초 11억원에서 최근 13억원을 육박할 정도로 가격이 오르며 거래가 전면 중단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호가를 지나치게 올린 물건은 시장의 반응을 떠보기 위한 호가용 매물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만큼 앞으로는 중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잠실 중개업소들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대부분이다. 호가 상승만 있을 뿐 거래가 없기 때문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공5단지는 최근 재건축 안전진단 보류 판정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이상 급등하고 있다. 주변 S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제2롯데월드 건설 호재와 상업지구 변경에 대한 기대감을 꺾지 않고 있어 주변 아파트 가격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며 “35평형의 경우 이번 달에만 5,000만~8,000만원이나 올라 호가가 12억원을 넘어섰지만 한달 동안 계약서를 한 장도 못써봤다”고 전했다.
대치동 동부센트레빌 60평형은 이 달 들어서만 무려 2억원이나 올라 31억원을 호가하지만 거래는 전무한 상태다. 대치동 H공인 관계자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은 호재가 있어도 오르고, 재건축 규제 등의 악재가 있어도 오르는 이상한 가격 형성 구조를 갖고 있다”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바로 강남 아파트”라고 말했다.
매수세가 실제보다 부풀려지는 점도 집 주인들의 호가를 올리는 데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도곡동 G공인 관계자는 “중개업소마다 매물을 공유하고 있는 특성상 사겠다는 사람이 1~2명만 나와도 수 십여개 부동산이 한꺼번에 움직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가격을 더 받기 위해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를 올리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태훤 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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