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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환락·대박에 홀린 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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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라스베이거스로…환락·대박에 홀린 천안

입력
2006.03.27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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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후 충남 천안시 두정동에 자리잡은 속칭 ‘천안 라스베가스’. 어둠이 내려앉자 번쩍거리는 네온사인이 하나 둘 켜지면서 금세 불야성을 이뤘다. 화상경마장 초입에는 ‘순간순간 터지는 짜릿한 대박’‘최고의 확률과 배당’ 등 선전문구가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고 길바닥은 오락실 광고지로 뒤덮여 있다.

한 성인오락실 내부에는 20∼40대 남녀 20여명이 오락기 화면에 시선을 고정한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앉아있다. 50여대의 오락기는 요란한 소리와 화려한 불빛을 반짝이며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 기계에서 배당금이 100만원짜리인‘올삼바’가 터지자 환호성이 터졌다.

‘천안 라스베가스’가 형성된 것은 지난해 3월 한국마사회의 화상경마장 개장에 이어 250㎙ 떨어진 곳에 같은 해 10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화상경륜장이 문을 열면서부터. 주말마다 경마장에는 2,500여명, 경륜장엔 500여명의 고객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화상경마장과 경륜장에 이어 30여 개의 사행성 성인 오락시설이 문을 열면서 이 일대를 ‘도박타운’으로 바꾸어 놓았다. 3년전에에 상업지역(11만평)으로 조성된 이곳은 30여 개의 러브호텔과 50여개의 룸살롱이 자리잡았던 터라 도박장이 들어서면서 명실공히 ‘환락의 거리’로 탄생한 것이다.

성인 오락시설 등 30여곳 성업

경마장과 경륜장은 천안인근의 아산 홍성 예산은 물론 충북과 전북, 경기에서 온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농민과 주부들도 상당수 이용하고있다.

경마장 앞에서 트럭을 개조해 포장마차를 하는 김모(54ㆍ천안시 백석동)씨는 “주말이면 수백대의 차량이 몰려 주차할 틈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경마소식지를 판매하는 한 여성은“오후 6시 경마가 끝나면 돈을 잃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기위해 2차로 성인오락실로 향한다”고 말했다.

성인오락실 오락기 한대로 1시간정도 게임을 하려면 약 10만원정도 들어간다. 1시간동안 평균 배당금은 상품권 3만∼4만원 정도.

업주들은 예전처럼 오락기 키판을 조작해 배당률을 낮추는 방식 대신 법망을 피하기 위해 법정배당을 주고 상품권 수수료를 챙기는 방법을 쓰고있다.

그러나 이곳 상품권의 대부분은 오락실 전용상품권으로 전국통용이 어려운 이른바 ‘딱지상품권’이다. 이 때문에 이용자들은 상품권을 환전, 다시 게임을 하는 악순환을 되풀이해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이 모두 잃고 만다.

지난해부터 경마, 경륜, 성인오락실에서 3,000여만원을 탕진했다는 최모씨(39)는 “일반상품 구매가 불가능한 상품권을 환전하는 과정에서 본전생각 때문에 또 다시 게임을 되풀이하는 수렁에 빠졌다”고 실토했다.

오락실주변 상품권교환소에서는 오락실 상품권을 10%의 수수료를 떼고 환전을 해주고 있다. 이들 교환소의 대부분은 오락실 주인이 ‘바지 사장’사장을 내세우거나 수수료 10%를 배분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성인오락실은 위조지폐 세탁장소로 이용되기도 한다. 최근 위조지폐를 만들어 환전하기 위한 통로로 활용된 것이 바로 성인오락실 게임기였다.

최고 12억원 매출 올리는 곳도

화상경마장은 금요일 5억원, 토ㆍ일요일은 10억~12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올리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이에 따라 천안화상경마장은 몸집 불리기에 여념이 없다. 토ㆍ일요일에만 운영되던 화상경마장은 지난해 9월말부터 금요일에도 문을 열기 시작했다. 행정심판까지 거쳐 건물 내 2개 층을 경마장으로 확장하기 위해 용도변경 중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민단체들은 화상경마장 설치를 앞두고 천안의 부작용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잇따라 천안을 방문하기도 했다.

순천화상경마도박장 설치반대 범 시민대책위는 20일 “천안은 화상경마장 개소 1년 만에 도박도시로 변했고 많은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며 순천시내 화상경마장 설치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원주지역 시민단체도 시민들에게 “화상경마장이 설치된 천안지역에 경마ㆍ카지노 등 사행시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도박도시가 됐다”고 밝혔다.

시민 이모(47ㆍ천안시 신부동)씨는 “화상경마장에서만 지난해에 67억원의 지방세를 납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시의 엄청난 수입원이다 보니 허가와 단속에 소홀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천안=이준호 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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