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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푸틴·후진타오 그리고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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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푸틴·후진타오 그리고 미국

입력
2006.03.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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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하여 미국에 대항하는 이른바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시아가 중국에게 최첨단 무기를 수출하고 있다는 사실, 지난해 8월 양국이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는 사실, 그리고 푸틴의 방중이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방문하여 양국간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직후에 이루어졌다는 사실 모두가 대립적 강대국 관계의 출현 가능성에 힘을 보탠다. 그러나 푸틴의 방중 결과와 강대국 관계를 깊이 들여다볼 때 이러한 관측은 섣부른 예단임이 드러난다.

●中-러 반미연대設은 확대해석

푸틴의 방중 결과에서 양국이 연대하여 미국에 대항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 푸틴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 후 발표된 양국간 공동성명이 북핵 문제나 이라크 문제와 같은 국제적 이슈들에 대한 관심을 표명하고 있지만, 양국은 미국과 뚜렷하게 대비되는 입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양국은 다자적 틀 속에서의 협의를 통한 합의 도출이라는 원칙을 강조함으로써 국제무대에서의 미국의 일방주의를 견제하려 하지만, 1990년대 중반에 강조했던 세계질서의 다극화와 같은 보다 분명한 비전은 더 이상 제기하지 않는다.

양국 최고지도자 간 정례적 상호방문의 일환으로 이틀이라는 짧은 일정으로 진행된 푸틴 대통령의 이번 방중 결과는 양국간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반미연대로 발전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푸틴의 방문을 계기로 양국은 중국에서 ‘러시아의 해’를 출범시키고, 2개의 가스관 건설에 합의했으며, 또 2010년까지 교역규모를 2배로 증대시키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양국이 국경 획정을 통해 국경분쟁을 종식시키는 데 합의했음을 고려하면, 정상회담이 정례화된 이후 양국 관계는 분명히 강화되고 있다.

그러나 푸틴은 러시아가 에너지 협력을 카드로 활용한다는 중국의 불만을 해소시키는 데 실패했다. 사실 푸틴을 맞는 중국의 가장 커다란 관심은 에너지 분야의 협력에 집중되었다. 중국이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시베리아로부터의 원유와 가스의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려 한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양국 정상은 가스관 건립에만 합의했을 뿐 곧 착공될 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으로부터 중국으로 이어지는 지선을 건립하는 것과 관련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아울러 러시아는 에너지 분야에 과도하게 편중된 양국간 교역구조의 개선을 명분으로 직접투자를 통해 에너지 분야의 협력을 증진시키려는 중국의 계획도 제지했다. 중국의 경제력 증강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강대국 관계, 경쟁과 협력이 공존

양국관계의 한계에 더해 중국과 러시아 모두가 미국과의 관계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 또한 양국이 반미연대를 형성하는 데 제약을 가한다.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게 있어서 미국은 가장 중요한 시장이자 기술의 원천이다. 이에 따라 양국은 미국과 대결하기보다 안정적인 관계를 건립하려 노력한다.

실제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다음 달 미국 방문에 나선다. 푸틴의 중국 방문은 강대국 관계가 대결구도로 회귀하기보다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복합적 형태를 띰을 제시한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는 강화된 양자관계를 기초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국제문제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내겠지만, 이를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반패권 연합의 출현으로 간주하는 것은 복합적인 강대국 관계를 지나치게 단순화시키는 것이다.

김재철ㆍ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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