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금연운동이 가장 극성인 미국에서도 금연이 통하지 않는 공공기관이 있다. 바로 의사당이다. 공공건물에서 금연토록 하는 조례나 법을 가진 시(市)나 주(州)들이 아무리 늘어나도 요지부동인 곳이다. 의사당이 있는 위싱턴DC만 해도 이 달부터 금연법이 발효됐지만 마치 치외법권 지역인 것처럼 의사당만큼은 적용대상에서 예외다.
골초 의원들이 자유롭게 담배나 시가를 피우느라 연기가 자욱한 방들이 흔하고, 특히 법안이나 안건의 표결이 진행되는 ‘지루한’ 시간 동안 회의장 밖 복도의 재떨이 주변은 언제나 담배를 피우는 의원들로 북적인다고 한다.
■지난 달 공화당의 새 하원 원내대표로 선출된 존 뵈너 의원만 해도 유명한 골초로 알려져 있다. “법은 우리가 만든다”는 자존심이나 자부심 때문인지 금연운동이 드셀수록 골초 의원들의 고집도 단호하기만 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골초 의원들도 백악관 행사에서는 흡연욕을 참아야 한다. 미국의 금연운동은 민주당의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거의 광적이었는데, 세금을 잔뜩 붙여 담뱃값을 왕창 올려버린 것이 그 때였고, 백악관 내 금연 조치를 취한 것도 클린턴이었다.
그래서인지 공화당은 반금연, 민주당은 반흡연의 이미지가 없지 않고, 금연주의자들 사이에서는 공화당이 담배회사의 손아귀에 잡혀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한다.
■금연바람이 거세다 보니 흡연을 상품화하는 틈새 마케팅이 나오는 곳도 미국이다. 얼마 전 특별히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흡연 휴게실이 신종 사업으로 등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이는 담배 가게에 소파나 벽 난로 등을 갖춘 여분의 공간을 마련해 금연법의 허점을 파고든 담배 회사들의 아이디어라고 한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도 공항 라운지나 카지노 등에서 흡연이 가능한 시설들은 대개가 담배 회사들의 재정지원으로 운용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가 내년부터 주요 관광지나 공원, 시내 중심가 등 을 옥외 건강거리로 지정하는 금연 조례안을 입법예고한 상태다. 건강거리에서 금연을 위반할 경우 3만~5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지만, 금연과 흡연의 숨바꼭질은 끝날 것 같지 않다. 몸에 해롭다는 담배이지만 감각적 순간적 쾌감과 영감의 작용도 끈질기기만 하다.
그래서 담배는 요초(妖草)라고도 했다. 중국에서 들어온 가짜 국내 담배가 대량 적발됐다고 한다. 진짜보다 9배나 더 해로울 수도 있다는데, 이 가짜들이야 말로 요초라고 해야겠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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