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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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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

입력
2006.03.25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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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귀(餓鬼)’란 게 있다. 음식을 입에 넣으면 돌이나 불덩어리로 변하거나, 입은 크지만 목구멍이 바늘귀 같아서 항상 굶주림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엄청난 먹보나 욕심쟁이를 비난하거나 놀리는 데 곧잘 쓰이지만 아귀 입장에서는‘만족할 수 없음’ 이 곧 자신의 본 모습이니, 기실 꽤나 가여운 존재다.

‘사람은 왜 만족을 모르는가’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 뭐 하나 부족함이 없어 보이는 사람들의 맘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아귀, 이른바 ‘만성 불만족 증후군’의 이야기다. 로리 애슈너, 미치 메이어슨 등 미국의 심리 상담 전문가 콤비가 풍부한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함께 쓴 책이다.

10여년간 숱한 사람들을 상대하며 이들은 예기치 못했던 의문과 접하게 된다. 불만족이라고 하면 숱한 실패를 겪거나 좌절을 맛 본 이들의 몫이라고 흔히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잘 나가는’인생들이 더 심한 불만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왜 원하는 것을 얻고도 좌절감을 느끼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끊임없이 남과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궁지로 몰아갈까.”

더 좋은 차, 더 넓은 집, 승승장구 승진 등에서 행복하고 항상 만족하는 것은 아니라는 건 어찌 보면 너무나 뻔한 얘기일 수 있다. 소유와 성취가 만족과 꼭 비례 하지는 않는다는 건 삶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다.‘만족 불감증’이란 수시로 변하는 감정적 상태 때문에 생기는 것이 아니라 이미 굳어진 습관이나 성격에 따른 병리 상태라는 진단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제시하는 7종의 ‘만성 불만족 증후군’ 리트머스 시험지에 혀를 대보자.

▦내가 정말 잘 하는지 의심스럽고 뭘 해도 금방 새 일을 찾음(실패가 두려운 심리적 방어) ▦일에 성공해도 다음 일 걱정에 가슴이 답답함(기분 저하 우울증) ▦친구가 승진하면 축하보다는 연봉 비교가 먼저임(나만 다를까 늘 두려운 비교 콤플렉스) ▦중요한 일이 코 앞이라 불안하지만 시계만 쳐다보며 TV 앞을 못 떠남(목표를 회피하는 자포 자기 우울증)

▦이성과 관계가 깊어지려고 하기만 하면 늘 결점들이 보임(남의 결점을 못 참는 완벽주의) ▦착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데 속으론 불편하고 회사 잡일은 늘 내 차지임(희생양 콤플렉스) ▦일은 혼자 처리하는 게 속 편해서 “내가 할게”란 말을 입에 달고 있음(남을 못 믿는 자기 의존증)

저자들이 제시하는 수많은 임상 사례와 심리학 이론의 결론은 아귀 식의 배고픔과 불만이 아니라‘아직도 배가 고픈’히딩크 감독식의 정신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목표에 다가갈수록 자신감을 얻고, 자신이 이룬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건강한 야망 , 이들의 결론이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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