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론스타가 외환은행 지분 인수가를 주당 1만5,4000원으로 잠정 합의함에 따라 론스타가 챙기는 차익이 4조5,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당초 주당 1만4,000원대로 예상됐던 인수가격보다 1,000원 가까이 더 뛰어 국민은행이 론스타에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론스타, 콜옵션에 환차익 이익까지
론스타는 2003년 12월에 외환은행 주식 3억2,585만주(50.53%)를 주당 4,245원에 매입해 외환은행 인수에 총 1조3,832억원이 들었다. 론스타가 국민은행에 주당 1만5,400원에 넘기게 되면 5조181억원을 얻게 돼 이 차익만 3조6,349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론스타는 2,3대 주주인 수출입은행(6.9%)과 코메르츠은행(6.48%)의 보유지분에 대해 시가보다 싸게 사서 국민은행측에 함께 매도할 수 있는 콜옵션 권리도 갖고 있어 추가 이익을 얻게 된다. 콜옵션을 통해 주당 8,000원 수준에서 매입한 뒤 1만 5,400원에 국민은행에 되팔게 되면 6,100여억원의 차익을 거둘 수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년반 동안 원ㆍ달러 환율이 210원 가량 급락해 2,460여억원의 환차익까지 차지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합치면 차익 규모는 총 4조 5,000억원대에 달한다. 수익률 역시 225%로 환상적인 수준이다.
가격 논란
이런 막대한 차익은 은행간 과열 경쟁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금융계는 인수가격이 주당 1만 4,000원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외환은행의 주가가 1만2,800~1만3,100원 수준에 머무는데다 코메르츠은행이 최근 지분 8%를 주당 1만3,400원에 매도한 것이 기준선이 됐다.
이 가격에 10%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인다 해도 주당 1만4,700원이면 충분했다. 실제 국민은행이 이 가격에 제안했다가 하나금융과 싱가포르개발은행과의 인수 경쟁 속에서 뒤늦게 인수가를 올렸다는 관측도 흘러나왔다. 결국 론스타의 가격 올리기 전략에 말려 국내 은행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바람에 론스타에 천문학적인 이익을 안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기홍 국민은행 수석부행장은 이날 “처음부터 주당 1만5,400원을 제안했다”며 “론스타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적 정서 덕에 훨씬 싸게 쌌다”고 주장했다.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따지면, 매각 당시 한미은행의 PBR은 1.95, 제일은행은 1.89인데 비해 이번 외환은행은 1.76으로 더 낮다는 것이다. 김 부행장은 “외환은행이 덩치가 더욱 크고 독점적 경쟁력을 갖고 있는 것을 볼 때 아주 싼 셈”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론스타가 막대한 차익을 거두는데다 세금 한푼 내지 않아 국민적 감정이 더욱 악화할 것은 분명하다. 1,400억원에 불과한 국세청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겠다고 버티고 있는 점도 비판 대상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도 뉴브릿지 캐피탈이 SC제일은행을 매각하면서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2,000만달러(약 200억원)를 기부한 것처럼 몇백 억원 정도 기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스 쇼트 부회장도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같은 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론스타의 매각 일정을 늦춰서라도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여전히 강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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