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니코틴 등 유해물질 함유량이 진품의 3~9배에 달하는 가짜 국산담배를 시중에 무더기로 유통시킨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그 동안 소문으로만 떠돌던 소위 ‘짝퉁’ 국산담배의 유통 실태가 드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3일 중국에서 제조된 담배를 국산담배인 것처럼 속여 시중에 내다판 정모(40)씨 등 4명을 상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 등은 지난해 12월초 부산항을 통해 밀반입된 가짜 국산담배 78박스(3만8,500갑ㆍ정품 기준으로 시가 1억원 상당)를 부산 대구 경기 마산의 유흥업소 건설현장식당 슈퍼마켓 당구장 등 30여 곳에 공급해 4,500만원의 이득을 챙긴 혐의다. 조사 결과, 이들은 위조된 중국산 담배를 갑당 500원에 사들여 1,600원에 업소로 넘겼고, 소비자들에게는 정품과 동일한 2,500원에 팔린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에 위조된 국산 브랜드는 ‘더원’과 ‘레종’ 등 2종이다. KT&G가 경찰에 압수된 가짜담배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더원의 경우 니코틴 타르 함량은 각각 0.92㎎(진품 0.11㎎), 9.2㎎(1.06㎎)이었고 레종은 니코틴 0.96㎎(진품 0.3㎎), 타르 9.63㎎(2.96㎎)으로 나타났다.
더원의 경우 담뱃갑의 무지개마크 길이가 진품보다 약간 짧고, 레종은 담뱃갑 색깔이 진품(파란색)보다 짙은 것으로 조사됐지만 일반인들이 육안으로 구별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담배 맛의 차이도 미세해 정확히 구분하기가 힘들다. 경찰 관계자는 “소비자들로서는 지정된 판매업소에서 담배를 구입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들이 이번에 적발된 물량 이외에 국내로 들여온 가짜 국산담배가 모두 900박스(45만갑)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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