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한 뒤 각계에서 병역특례 요구가 쇄도하자 주무부처인 국방부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당정 협의까지 마친 WBC 특례결정을 번복할 수도 없고 특혜 대상을 확대하자니 복무기피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두려운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병역특례 요구는 태릉선수촌에서 가장 거세게 일고 있다. 아마추어 국가대표 선수들은 “비인기 종목이라 배척하는 것이냐”며 공개적으로 반발하고 있다.
이들을 지도하는 국가대표코치협의회는 조만간 ‘아마추어 병역특례를 허용하라’는 건의서를 대한체육회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23일 “운동선수들에게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것은 인기ㆍ비인기 종목에 구분 없이 형평성에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고 김정길 대한체육회장까지 거들고 나서 이들의 주장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국방부는 이날 “WBC뿐 아니라 여타 종목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입상한 선수들에게도 병역특례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달라는 문화관광부의 요청이 있었고 이를 긍정적으로 살피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조만간 관련 분야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병역특례 제도개선위원회’(가칭)를 구성해 병역특례 해법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행 병역법 시행령은 ▦올림픽경기 3위 이내 입상 ▦아시안게임 우승 ▦월드컵 축구대회 16강 이상 ▦병무청장이 인정한 국제예술경연대회에서 2위 이상 혹은 국내예술경연대회에서 1위인 경우에만 특례를 인정하고 있다.
월드컵 조항은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신설됐다. 반면 아마추어 선수들이 요구하고 있는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에 대한 특례는 반대로 1990년까지 시행되다 폐지됐다.
국방부는 이번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시행령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는 입장이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22일 “각 종목마다 권위 있는 대회를 정해서 (특례 혜택을) 줄 수 있도록 원칙과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국방부는 WBC 특례결정을 졸속으로 하는 바람에 화를 자초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게 됐다.
군내에서조차 “정치권과 정부가 국민여론에 편승해 너무 성급하게 WBC 특례결정을 내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 홈페이지에는 “특례를 계속 늘리면 국방은 누가 책임지나”라는 글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김정곤 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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