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3일 서울 염창동 당사 주차장에 마련된 ‘천막 당사 기념관’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공원 앞 공터 한복판에 천막 당사를 세운 지 2주년(24일)을 맞아서다. 당시 탄핵 역풍 속에 불법 대선자금 수수를 속죄한다는 뜻으로 천막 두 채와 컨테이너 박스 네 동짜리의 당사를 세웠었다.
회의 분위기는 숙연했다. 박근혜 대표가 제일 먼저 “국민을 두려워 하는 마음으로 또 한 번 힘차게 새 출발 하자”며 의지를 다졌다. 참석자들도 “천막 초심을 되살리자”고 한 마디 씩 거들었다. “한 발 씩 낮아지고, 한 뼘 씩 몸을 낮추자”(이재오 원내대표) “당 지지도가 높다고 오만하고 방심하면 안 된다”(허태열 사무총장) “당이 시대 정신을 제대로 따라 가고 있는 지 반성하자”(원희룡 최고위원)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기념관 천장과 한 쪽 벽에 가득 붙어있는 노란색 쪽지 3,008 장이었다. 네티즌들이 지난 일주일간 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메시지들을 종이에 옮겨 적은 것이다. “극빈층을 위해 진심 어린 자원봉사 한 번이나 해 보았나”, “잘 사는 사람만을 위해 정치 하는 당”, “소속 의원 교육부터 시켜라” 등 쓴 소리가 많았다. 쪽지를 쓰고 일일이 붙이느라 당 사무처 직원들이 밤을 새웠다는 후문이다.
기념관에 전시돼 있는 황사 방지 마스크와 빗물 받기 용 양동이 등 천막 당사 시절 기념품들엔 뽀얗게 먼지가 쌓여 있었다. 최근 최연희 의원 성 추행 사건, 이명박 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 등 악재가 겹쳐서인듯 천막 정신에도 먼지가 낀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온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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