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쌀시장을 열기로 하면서 23일 마침내 미국산 1등급 쌀이 부산항에 들어왔다. 가공용이 아닌 밥을 지어먹는 쌀은 이 쌀이 처음이다. 중국 태국 호주산 쌀도 조만간 수입ㆍ판매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6시쯤 미 캘리포니아산 1등급 칼로스 쌀(1,372톤)을 실은 한진해운 소속 컨테이너선 볼티모어호가 부산항 감만부두에 도착했다.
이 쌀은 ‘원더 로즈 라이스(Wonder Rose Rice)’란 이름을 가진 백미로 관계 당국의 검역, 규격 심사 등 통상 2~3일 걸리는 통관 절차를 거친 뒤 곧바로 경기도 이천 농수산물유통공사 창고로 옮겨져 보관된다.
이후 내달 5일께부터 공매를 통해 대형할인점과 백화점 등을 통해 전국 소비자들에게 공급될 예정이다. 칼로스 쌀의 국내 시판 가격은 국내 저가 쌀과 큰 차이가 없는 4만 3,000원(20㎏ 기준)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 관계자는 “도매인과 대형유통업체 등 약 90개 정도가 공매 신청을 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농민 반발 등 수입쌀 판매에 따른 부담 때문에 유통업체들이 입찰을 기피, 현재까지 41개 업체만 공매등록을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농림부는 앞으로 칼로스쌀(4,131톤)과 중국산(1만2,767톤) 태국산(3,293톤) 호주산(993톤) 등 식탁용 쌀 의무 도입 물량 2만2,557톤을 상반기 안에 모두 수입할 예정이다.
이날 미국산 쌀의 입항 및 하역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민들의 쌀 수입 반대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격렬하게 진행됐다.
부산, 경남, 경북 지역 농민 100여명은 이날 새벽 0시 30분께 부산항 감만부두로 몰려와 밤샘 농성을 했다. 농민들은 ‘수입쌀 입항 저지와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부두에 진입하려다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농민들은 화염병이나 쇠파이프 등을 동원한 과격 시위를 하지는 않았으며 낮 12시쯤 자진해산 했다.
한 농민단체 회원은 “국내쌀도 남아도는데 미국쌀이 밥상에 오른다는 것은 농민을 다 죽이는 것”이라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유통을 막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개 중대 400여명의 병력을 배치해 농민들의 부두내 출입을 완전 차단했다.
이날 낮 12시40분 강원 동해항에서는 수입쌀의 입항을 막기 위해 사흘째 천막농성 중이던 전국농민회 강원도 연맹 소속 농민 10여명이 중국산 쌀 5,688톤을 싣고 입항, 하역 작업을 하던 베트남 선적 빈동3호 갑판을 기습 점거했다가 경찰에 전원 연행됐다.
또 전농 경기도연맹 소속 농민 20여명은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낮 12시까지 중국산 현미를 실은 선박이 인천항에 입항하자 8부두에서 진입문을 막고 시위를 했다. 농민들은 집회를 마치고 자신들이 가져온 중국쌀 10kg 가량을 바닥에 뿌리고 불을 붙이며 ‘중국쌀 화형식’을 가졌다.
이성철 기자 sclee@hk.co.kr부산=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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