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이치에 따른다는 순천(順天). 유순하고 후덕한 이 땅은 사철 봄처럼 아늑하고 따뜻하다. 순천만 너른 갯벌은 부서져 내리는 봄볕으로 충만하고, 선암사와 송광사를 품은 조계산은 봄꽃을 터뜨리기 직전이다. ‘봄의 땅’ 순천을 들렀으면 꼭 찾아야 할 순천만과 새로운 볼거리인 사랑과 야망 세트장, 낙안 돌탑공원 등을 소개한다.
♥ 순천만
여수반도와 고흥반도에 둘러싸인 순천만은 거대한 호수와 같다. 끝없이 펼쳐진 갯벌의 아늑함은 모든 것을 안아줄 것 같은 어머니의 자궁을 닮았다.
순천만 관광은 순천시에서 흘러온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대대포구에서 시작된다. 갈대밭이 끝없이 펼쳐졌다. 포구의 선착장에서는 갈대밭 사이로 난 수로를 따라 작은 유람선을 탈 수 있다. 30여분 갈대밭을 헤치고 나가 순천만을 찾아온 철새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남다르다. 순천만은 겨울 진객인 흑두루미(천연기념물 제228호)가 4월까지 월동하는 곳이다.
순천만의 풍경은 저녁 노을로 완성된다. 갈대밭 사이 ‘S’자 굽이진 수로에 배 한척 지나가고, 그 위로 붉은 빛이 떨어지는 순천만 일몰을 감상하는 포인트는 대대포구 건너편의 용산이다. 예전에는 해룡면 농주리 마을로 해서 어렵사리 찾아 들어갔지만 지금은 나무로 지은 보행교각이 설치돼 대대포구에서 바로 용산 전망대까지 오를 수 있다.
♥ 사랑과 야망 세트장
드라마 세트장이 관광자원이 된지 오래다. 순천에도 볼만한 세트장이 들어섰다. SBS 드라마 ‘사랑과 야망’을 찍는 곳이다. 순천 신시가지 인근 조례동의 옛 군부대 터에 지어졌다. 1950~60년대의 소도시 읍내, 60~70년대의 서울의 달동네, 70~80년대의 서울의 번화가 등 3곳의 풍경을 옮겨놓았다. 이중 가장 눈이 가는 곳은 서울의 달동네. 얼마 되지 않은 우리네 과거가 그대로 재현돼 있다.
이곳에는 실제 서울의 신림동이 재개발될 때 철거 자재들을 뜯어와 설치한 것들로 더욱 실감난다. 담벼락에 내걸린 똥장군 등에선 웃음이 절로 나온다. 소도시 읍내 풍경은 순천 시내에 흐르던 옥천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 순천 시민들에게 인기가 높고, 세트장 입구에 세워진 오래된 버스도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입장료 성인 3,000원. (061)740-0114
♥ 낙안 돌탑공원
낙안읍성 앞에 새로운 볼거리가 탄생했다. 낙안면사무소 앞 들판에 널려진 돌탑들이다. 납작한 작은 돌을 차곡차곡 쌓아 사람 키를 훌쩍 넘긴 돌탑이 60여 개에 달한다. 세련된 자태는 아니지만 그 돌을 쌓아올린 이의 정성이 기특하다.
이 돌탑들은 인근 벌교에 사는 최병수(64)씨 혼자서 일궈낸 ‘예술’이다. 그가 돌탑을 쌓게 된 사연은 이렇다. 벌교 읍내에서 아내와 옷가게를 운영하던 그는 6년 전 지금의 이 땅을 사게 됐다.
매실농사를 지으려던 참에 그 땅에 누가 건축현장에서 나온 자갈더미를 잔뜩 버리고 갔고 그는 이 돌을 치우려다, “밭둑에 탑이나 한번 쌓아볼까”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됐다. 그렇게 쌓기 시작한 돌탑이 하나 둘 생겨날 때 꿈에서 노인 한 분이 나타나 계속 돌탑을 쌓으라고 말하고는 사라졌단다.
꿈 속의 노인은 이후 또 나타나서 돌탑을 쌓으라 권했고 그도 돌탑을 쌓다 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정신도 맑아지는 것 같아 아예 만사 제쳐두고 탑을 쌓기 시작했다. 탑을 쌓을 마땅한 돌을 구하러 전라도 땅을 다 돌아다닌다는 그는 “세상에서 제일 큰 돌탑공원을 만드는 게 꿈”이라고 했다.
순천=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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