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외환’의 파괴력은 은행권 판도가 단순히 4강 체제에서 ‘1강(국민) + 2중(신한, 우리) +1약(하나)’체제로 변하는 것 이상이다. 국민은행은 국내 실질적인 리딩뱅크는 물론, 순식간에 아시아 강자로 부상한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이 그랬던 것처럼 아시아 은행 사냥에 나설 수도 있다. 이 경우 다른 은행들의 사이즈에 대한 두려움은 커질 수밖에 없다. ‘국민+외환’은 은행권 2차 빅뱅의 신호탄인 것이다.
●국민의 글로벌뱅크 전략
국민은행은 지금도 사이즈에서는 ‘슈퍼뱅크’이지만, 리딩뱅크라고 하기는 어렵다. 자산포트폴리오가 가계대출에 치중돼 있어 전반적인 가격 결정권이나 수익모델이 취약하다. 그러나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기업금융, 외환, 신용카드 등 전 부문에서 가격 선도력이 한층 강화된다. 취약한 인력구조도 외환은행의 우수한 인력으로 보충할 수 있다.
사이즈 인력 자산포트폴리오 등 모든 면에서 글로벌 뱅크의 기틀을 마련하면 국민은행은 국내에서는 비은행 부문 강화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산업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도달한 이상 증권사 등의 투자금융, 보험업 등으로 진출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다른 금융회사 인수와 경영에 유리한 지주회사로 재편할 가능성이 높다.
더 주목할 대목은 ‘글로벌 플레이어’ 전략. ‘국민+외환’은 자산기준으로 세계 60위, 아시아 11위이다.
강 행장도 이날 “국민은행의 노하우와 외환은행의 해외 네트워크를 합쳐 개발도상국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전략은 당국의 ‘거대 빅1을 만들어야 한다’는 불균형 성장전략과도 맞아 떨어진다.
당국의 구상은 ▦분명한 ‘빅1’을 만들어 후발 주자들의 성장속도를 높이고 ▦글로벌 진출은 국민은행에 맡기고 국내 종합서비스는 신한과 하나 등에 맡기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2차 빅뱅 예고
관건은 LG카드와 정부가 대주주인 기업은행, 우리금융을 누가 인수하냐에 달렸다. 하나금융은 3군데 모두 덤빌 공산이 크다. 4위 하나금융이 2~3년간 정체한다면 대주주인 테마섹이나 골드만삭스가 매물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김승유 회장으로서는 인수합병(M&A)에 나설 수밖에 없다.
그러나 2008년까지 매각 예정인 우리금융은 하나가 인수하기에는 덩치가 크다. 자기자본이 외환은행의 2배에 달하기 때문에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LG카드 인수에 실패하면 기업은행 인수에 사활을 걸 가능성이 높다. 기업은행의 ‘중소기업금융’과 하나은행의 ‘프라이빗뱅킹’은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당국으로서도 생각해볼 만한 조합이다. ‘하나+기업’은 자산은 적어도 수익성은 높은 ‘니치마켓(틈새시장) 플레이어’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신한금융 역시 LG카드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설령 LG카드를 인수하지 못해도 2위 은행으로서 입지는 흔들리지는 않는다. 신한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를 노릴 수도 있지만, 규모가 비슷하기 때문에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우리금융은 LG카드를 인수하지 못하면 대안을 찾기가 쉽지 않다.
공격적인 외형 확대에 나서면서 승부수를 띄우고 있지만, 특별이익이 줄어들 내년부터 무리한 외형확대가 순이익 창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 정부로서도 시중은행 한 군데 정도는 통제 가능한 은행으로 두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금융이 인수합병의 주체로 나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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