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임 총리 인선과 관련한 한나라당의 기류가 변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열린우리당 한명숙 의원을 거의 일방적으로 선호했던 분위기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쪽으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은 21일 총리 후보가 두 사람으로 압축되자 “김 실장은 절대 반대”라고 했다가 23일엔 “청와대가 굳이 김 실장을 택한다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한 의원에 대해선 여전히 “당적을 버리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 의원과 여당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한 의원 카드를 비토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지도부는 “한 의원이 탈당하지 않은 상태에서 총리로 지명되면 인사청문회를 보이콧 하겠다”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한 의원의 당적을 문제 삼는 이유로 “당적을 가진 총리는 5ㆍ31 지방선거를 중립적으로 치를 수 없고, 정권 재창출의 유혹에 빠질 우려가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김 실장에 대해선 “정권 말기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선 노무현 대통령과 총리의 철학과 코드가 일치하는 게 낫다”(이방호 정책위의장)고 두둔하고 나섰다.
하지만 한나라당이 한 의원을 배제하는 진짜 이유는 한 의원은 정치 색이 옅어 인사청문회 등에서 딱히 공격할 데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여성이 대표인 당으로서 한 의원을 노골적으로 공격해 여성 총리 탄생을 막아서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껄끄럽다. 아울러 여성 총리의 등장이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여성 표 공략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견제심리도 깔려 있다. 이에 반해 김 실장의 경우 청문회에서 코드 인사를 부각시키고, 참여정부의 실정을 걸어 공세를 이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쉬운 상대라는 평가다.
최문선 기자 mo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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