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에선 영화 ‘왕의 남자’ 주연배우 이준기씨가 패널로 참석, 스크린쿼터 축소문제를 놓고 노 대통령과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스크린 쿼터 축소반대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던 이씨는 질문 차례가 오자 단도직입적으로 “스크린쿼터 축소 결정이 미국에 굴욕적이라는 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씨의 부드러운 인상과는 달리 비장한 발언이 나오자 좌중엔 잠시 긴장과 침묵이 흘렀다. 이에 노 대통령은 “스크린쿼터 축소는 미국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영화의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부드럽게 대화를 이끌었다.
노 대통령은 “(이준기씨를) 실제로 보니 더 매력적으로 생겼다”며 “지금도 (왕의 남자에) 관객이 계속 들어오고 있느냐”고 관심을 나타냈다. 노 대통령은 또 이씨를 ‘이준길씨’로 잘못 부르고는 “영화 속 ‘공길’이라는 이름이 자꾸 생각나서 실수했다. 스타가 스타를 알아봐야 하는데…”라며 분위기를 풀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40~50% 이상의 한국 영화 점유율을 지켜낼 자신이 없느냐”며 “만약 자신이 있다면 당당하게 열고 나가자”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열등감이나 선입견으로 미국에 굴복하는 것 아닌가 하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스크린쿼터 말고도 국방ㆍ안보 등 모든 부분에서 미국에게 꿀리지 않는 대한민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서로 대화를 하지 않으니 정부도 지원할 방법을 찾을 수 없고, 영화계도 절대 반대의 논리로 가고 있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이씨는 “우리 영화를 지킬 자신은 있지만, 미국의 물량 공세에 우리의 열정을 담은 영화들을 선보일 기회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배우로서 좋은 영화를 만들겠다”고 답했다.
신재연 기자 poet33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