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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그리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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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그리운 베르베르

입력
2006.03.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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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애견가들은 개 주인이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 주인’은 종속관계를 드러내는 말인데 사람과 다른 동물들은 각 생명으로서 평등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뭐라고 부르면 좋지?” 내 물음에 한 종(種) 평등주의자는 ‘개 보호자’가 적당하다고 일러줬다.

그렇지 않아도 ‘개 주인’이라는 말을 쓸 때마다 좀 야만스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개 보호자’는 ‘개 주인’보다 어쩐지 끈끈한 유대감이 덜하다. ‘개 동거인’이 어떨까?

내 마지막 동거견은 베르베르다. 첫 보호자가 지은 이름인데 베르베르는 하룻강아지 때부터 개미를 좋아했다고 한다. 베르베르는 생후 3개월쯤에 내게로 왔다. 사랑하며 길러줄 사람을 찾아달라는 부탁에 임시로 맡은 건데 5개월 후에나 임자를 찾았다. 그 동안 정이 들대로 들었지만 나는 영구적으로 개를 돌볼 형편이 못됐다.

이런저런 사정을 알 리 없는 베르베르가 나를 제 보호자로 마음 붙이고 살았을 건 자명한 일이다. 베르베르를 생각하면 가책과 그리움으로 가슴이 엔다. 헝클어진 털 사이로 장난기 가득한 눈을 반짝이던 내 베르베르. 별명이 ‘콰지모도’였다. 벌써 10여년 저쪽, 그리운 베르베르!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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