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외환은행 인수가 9부 능선을 넘어섰다. 자산 300조원에 육박하는 초대형 은행 탄생으로 은행권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외환은행 인수과정이 론스타의 조기매각, 가격경쟁 유발 전략에 휘말리면서 4조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과세 없이 안겨주게 됐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국민은행 낙점 배경
론스타는 조기매각을 위해 ‘가장 안전한’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은 금융감독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과하기 어려웠고, 하나금융은 외부 자금조달 비율이 높아 대금 결제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감독당국의 의지가 국민은행쪽으로 기울면서 론스타의 선택의 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론스타 전략에 휘둘리나
론스타는 특히 조기매각뿐 아니라 상당한 실속도 챙길 수 있게 됐다. 당초 하나금융이 제시한 가격은 국민은행이 제시한 것보다 높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론스타는 국민은행을 우선협상대상자를 내정한 뒤 다시 가격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격이 당초 제시됐던 6조5,000억원을 웃돌면서 론스타는 3조3,000억원 이상의 매각 차익을 올릴 수 있는 셈이다. 수출입은행과 코메르츠은행 지분을 되 사서 매각(콜옵션)할 경우 5,000억원의 이익을 추가로 올릴 수 있다.
그러나 금융계에서는 인수전 초반의 경쟁과열, 중반의 DBS 참여에 따른 가격접전 등에 이어 막판에 다시 국민은행과의 가격협상으로 인수과정 전체가 론스타 전략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종계약이 5월에 이뤄지고, 6월에 대금이 결제되면 론스타는 양도세 한 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2003년 외환은행 매각에 대한 검찰 수사, 감사원 감사도 론스타의 매각 자체를 돌이킬 수 없다.
●은행원 지각변동 예고
국민은행이 최종적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하면, 국민은행 자산은 270조원이 되면서 2위 신한금융과 70조원 이상 차이가 난다. 확실한 ‘1강 2중(신한, 우리)’ 체제가 구축된다. 특히 국민은행의 소매금융과 외환은행의 기업금융, 외환부문이 만나면 세계 60위 권의 글로벌 은행의 입지도 구축하게 된다.
그러나 나머지 은행들간에는 또 한번 인수합병(M&A) 회오리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나금융이 LG카드 인수에도 실패할 경우 시장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고, 신한금융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독과점 문제 걸림돌 될 수도
그러나 독과점 논란은 여전히 국민은행이 넘어야 할 산이다. 국민은행은 외환은행 인수로 시장점유율 33%(예수금기준)로 높아지게 된다. 금감위는 공정거래법상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신중하다.
공정거래법상 1개사 시장점유율이 50%이상이면 독점, 3개 사업자의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이면 과점이지만 점유율이 이에 못 미쳐도 ‘독과점과 같은 영향을 준다면’ 제재가 가능하다. 또 분모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라는 시장획정에 따라서도 시장점유율이 달라질 수 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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