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투명사회협약 1주년 대국민보고대회’에는 정부 정치권 재계의 굵직한 인사들이 대거 참여했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이재오 한나라당 원내대표, 한화갑 민주당 대표, 강신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다.
이들의 면면을 보면 투명사회협약이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편에서 보면 각계의 대표급 인물들이 앞장서야 할 만큼 우리 사회가 불투명했다는 얘기도 된다. 기업들로부터 불법으로 긁어 모은 정치자금 때문에 ‘차떼기 당’이라는 오명에 시달렸던 한나라당과 그 공범인 재계가 지난해 3월 두 팔을 걷어 부치고 협약 체결에 뛰어들었다는 사실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부패인식지수가 2004년 세계 46위에서 2005년 40위로 높아졌다’ ‘500대 기업 중 윤리헌장 제정 기업이 23% 늘었다’는 1년간의 성과 발표였다.
묵묵히 듣고만 있던 참석자들의 머리 속에는 과연 어떤 생각이 스쳐갔을까. 최근 터져 나온 황제골프와 황제테니스 파문, 그린벨트 해제를 둘러싼 공무원들의 뒷돈 요구, 대기업들의 각종 비리 의혹을 생각하면 이런 성과가 무의미해 보인다. 투명사회협약에 참가했던 각 주체가 부패를 주도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투명 사회는 정부와 재계가 날마다 부르짖는 글로벌 스탠다드의 첫번째 조건이다. 물론 단 1년의 노력으로 우리 사회가 금새 깨끗해지기를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협약에 도장을 찍고 난 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진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아도 될 만큼 ‘윗분’들의 의식들이 바뀌셨는지 한번 묻고 싶다.
사회부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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